여보 이 집에서 이제 못 살겠지 않아?-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 -그치 수진아. 옆에 편의점 애들 밤새도록 떠들고 왜 우리 집 앞에 의자에 앉아서 그렇게 밤새도록 술 먹고 떠드는지 알 수가 없어.- 나 이틀 전에 창문 열고 소리쳤잖아. 잠 좀 자게 가달라고. 호프집을 가지. 왜 우리 집 앞에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어.- 돈 없으니까 편의점에서 캔 사와 갖고 과자 사놓고 이야기 나누는 거 같아. 우리 집 옆에 편의점이 없어져야지, 참 너무 힘들다. 그치?- 우리 집 앞은 공장이잖아. 매일매일 드르륵드르륵 소리도 힘든데 라디오 소리 때문에 정말 낮에 집에 있는 건지 밖에 있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 더구나 저 옆에 어린이집에서는 인형 옷을 입은 아저씨랑 아이들이 밖에 나와서 춤까지 추더라고. 토요일 날은 엿장수가 와서 엿판을 벌이고 정말 시장 근처에 사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몰랐어.- 그래도 이 돈으로 전세를 구할 수 없으니까 여기 살아야지 어떡하겠어? 월세를 갈 순 없잖아. 수진아 미안하다. 1년만 우리 재계약하고 여기서 살자.- 알았어 여보, 사장님 만나서 월요일 계약 잘하고 와.엄청난 소음이 가득한 집에서 산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두 사람은 채 1억이 되지 않은 돈을 가지고 이 집을 구했기 때문에 이것보다 더 싼 전세를 서울 근방에서 구하기는 어려웠다. 작년에는 물이 끊어져서 3일 동안 고통스럽게 산 적이 있었는데 주인집이 살고 있는 2층만 물이 나오게 고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층과 3층은 물 없이 3일을 보냈다. 두 사람은 화장실을 도서관으로 다니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는데 알고 봤더니 주인은 2층에서 물을 쓰고 있었다. 월요일 집주인이 오라고 한 부동산으로 갔다. 부동산엔 90세의 집주인과 한 60세 정도 되는 부동산 사장님이 계셨다. 그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계약서를 내밀었다. 유난히 동안인 철민은 모자를 쓰고 갔는데 학생같이 보였다. 그는 꼼꼼히 읽어보다가 말도 안 되는 문구를 보았다. "임차인은 재개발 빌라에서 재계약을 할 경우 전세비 반환받을 자격이 없고, 요구할 수도 없다." 처음에는 너무 황당해서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발로 전화기를 부숴 버렸다. -이런 씨발! 지금 우리 나이 젊다고 장난해? 지금 이걸 계약서라고 만들어 온 거야? 당신들 사기꾼들이지? 둘이 어떤 사이야? 청년같이 곱상한 외모의 철민이 갑작스러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자 두 노인은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굽신거리며 계약서를 다시 쓰겠다고 하였다. 알고 봤더니 그 부동산은 집주인의 친척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미리 짜고 사기를 치기 위해 계약서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90세 노인의 집 주인은 20억 건물주였다. 그런데도 이 커플의 전 재산을 꿀꺽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 내가 당신들을 어떻게 믿고 여기서 계약을 해? 내가 오라고 한 부동산에서 재계약하자고! 돈이 많았던 건물주는 재계약비도 내지 않았다. 그것도 철민이가 5만 원을 내고 재계약서를 다른 부동산에서 써서 겨우 들고 왔다. 3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철민은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구했다. 집주인은 만나 주지 않았고 문자로 이렇게 답변을 했다. "내가 쌍욕 한 너에게 돈을 돌려줄 줄 알아? 절대로 못 받을 줄 알아!“ 수진의 마음은 무너지는 것 같았다. 매일매일 시끄러운 곳에 살았기 때문에 수진이는 지병까지 생겼다. 엄청난 근육통으로 약을 먹고 지내고 있었다. 수진이는 혼자 울면서 기도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수진은 진심으로 호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문의 편지를 집주인에게 썼다. 집주인은 그 편지를 읽고 무슨 일인지 이틀이 안 돼서 전세비를 돌려주었다. 수진은 너무나 뛸 듯이 기뻐서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여서 집주인에게 가져다주고 왔다. 하늘의 기적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놀랍게도 다음날 집주인은 귤 한 봉지를 사가지고 3층에 올라와서 주었다. 그리고 좋은 곳에 이사 가라고 해주었다. 집주인이 가고 나서 수진이는 뜨거운 눈물을 펑펑 흘렸다. 한국에서 전세로 산다는 것은 지옥 바로 위에 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수진이에게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