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집에 물이 샌다고 갑자기 집을 빼겠다고 집주인한테 얘기하게 하면 어떻게 해? 우리가 가진 게 겨우 3500만 원밖에 없는데 이 돈으로 어디 가서 전세를 구한다고?- 그럼 물이 계속 새고 장판에 곰팡이가 피는데 더 이상 어떻게 살아?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집을 구한 다음 얘기를 해야지. 못 구하면 어떡하려 그래? 이틀에 한 번씩은 옆집의 수도가 터져서 철민의 집까지 범람했다. 그래서 장판까지 물에 젖고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2년을 그 집에서 버텼다.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 만큼 곰팡이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다.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온 철민이가 그 곰팡이 냄새를 맡고 속상한 마음이 들어 집주인에게 집을 빼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수진이와 의논 없이 한 것이 수진은 속상했다. 이 겨울에 어디 가서 집을 구한단 말인가. 철민이는 한 달 내내 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그 돈으로 도저히 집을 구할 수 없었다. 대출까지 생각해서 여러 가지 방도 구해 봤지만 집은 하나도 있지 않았다. 수진은 너무나 불안했고 기도를 했다. 수진은 일이 손에 안 잡혀서 책을 읽었다. 마음이 답답해서 뭔가에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아주 신기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떤 여성이 아이 학교와 집과 직장을 하루아침에 다 구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마치 하나의 시그널로 느낀 수진이는 그날은 자신이 집을 찾으러 같이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수진이가 집을 찾으러 나간 날 그녀는 맘에 드는 동네에 내렸고 가까운 계란 가게를 들어가서 여기에서 제일 믿을 만한 부동산이 어딨냐고 추천해달라고 물어보았다. 추천받은 부동산에 가서 그녀는 집이 있냐고 이 정도의 돈밖에 없다고 부탁하였고 집주인은 이따 오후에 계약하기로 온 사람의 집이 있는데 젊은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면서 먼저 계약금을 걸면 계약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집은 생각보다 예쁘고 넓었다. 그전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집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2층이기도 했고 햇볕도 잘 들어왔고 마음에 쏙 들었다. 두 사람은 하루 만에 집을 적당한 가격에 구하였다. 수진은 집을 구할 때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 집에서만큼은 좋은 일들이 많기를 바랐다. 빨간 벽돌의 오래된 빌라였지만 그 집을 예쁘게 꾸며서 살고 있었다. 다이소에서 많은 것들을 사서 집을 신혼처럼 예쁘게 꾸며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도가 동파되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수진은 머리를 감고 있다가 샴푸가 가득 묻은 상태에서 물이 나오지 않자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윗집 언니에게 전화했고 허락을 받은 후 홀로 들어가 찬물로 머리를 감고 나왔다. 미안해서 보일러를 틀지 못했기 때문에 겨울에 찬물로 머리를 감았는데 머리가 터질 거 같았다. 그렇게 추운 물은 인생에 처음이었다. 그들은 채 일 년을 살지 못하고 재개발이 되었고 모두가 이사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수진은 너무 화가 나서 부동산을 찾아갔다. 분명 3년 이상은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부동산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여기가 재개발 지역인 걸 모르고 들어왔냐면서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수진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들어간 지 1년이 안 돼서 두 사람은 또 집을 구하러 돌아다녀야 했다. -수진아, 능력 없는 남편 만나서 미안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부모한테 손 벌리지 않고 우리 힘으로 이렇게 이뤄가는 것이 또한 인생의 재미지 않아?-집이라는 게 참 사람을 힘들게 한다. -우리 머리 누울 곳만 있으면 되는데 그 집을 만나기가 참 쉽지가 않네.- 월세로 살고 있는 사람도 많아. 그래도 우리는 전세로 집을 구해서 살았던 것도 감사한 거 같아. 우리가 인테리어 예쁘게 했는데 1년 만에 나가고 이 집을 부숴야 된다는 게 너무 속상하지 않아?-1년이라도 이 집에서 이쁘게 산 것이 좋았잖아.-우리 이 집에서 행복했다. 그치?-그럼 행복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