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아! 오늘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 무슨 말인데? 그런 표정으로 뭘 이야기하려고?
- 먼저 미안하단 말을 하려고.
- 무슨 미안? 미안해선 안 되지!
- 사실 집이 잘못됐어.
-집이 잘못됐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계약할 때 좀 쎄한 걸 느끼긴 했는데 계약금이 몇천만 원이다 보니까 너무 불안했어. 그래서 그것을 그냥 진행시켰거든.
-그. 그.. 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야?
- 집주인이 집을 팔았어. 그런데 그것이 벌써 5명이나 집주인이 바뀐 상태야.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결혼하고 15년 동안 모은 거잖아.
-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보증 보험을 갖고 있는 상태야.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진 말자.
-그럼 우린 이 집에서 얼마나 살 수 있는 거지?
-일단 2년 정도는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계속 보증 보험이랑 연락하고 있는 상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 어떻게 걱정을 안 하니? 우리 심지어 우리 대출받아서 들어왔잖아. 아직 대출금이 남았는데 어떻게 하라고?
-어떤 식으로든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 나 너무 무서워.
- 무서워하지 마.
-정말 안정이 안 돼.
-저번도 전세비 안 준다고 했는데 그때도 잘 받아서 왔잖아.
-이번도 잘 넘길 수 있을 거야. 꼭 전세비 받아서 나갈 수 있을 거고 집도 살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나만 믿어. 그냥 너는 평상시처럼 생활하면 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내가 다 법원도 가고 경찰도 만나고 전부 다 해결할 테니까 너는 집안일을 하고 일하고 평상시처럼 지내면 돼. 걱정하지 마.
사실 철민이도 극도로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불안장애가 있는 수진을 더 자극할 순 없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불안해서 보내던 편안하게 지내던 시간은 흘러가야 했다. 철민 자신도 정신과를 다니며 신경안정제를 먹어 가면서 그 일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수진이 앞에서는 멀쩡한 것처럼 연기했다. 수진이 TV를 보면 더 불안해하기 때문에 일절 TV나 뉴스도 못 보게 했다.
잦은 이벤트를 준비해서 수진이 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철민은 가장 나쁜 경우와 가장 잘 된 경우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다 잃게 되면 고시원에서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을 가졌다. 수진은 여자 고시원에 넣고 자기는 남자 고시원에서 살면 된다는 계획을 세워 두었다. 오히려 밑바닥을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했다. 열심히 일해서 2년 안에 대출금을 갚아야겠단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