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맛 소설을 쓰고 있어요
연애 소설, 감동 소설, 성장 소설, 치유 소설 따뜻한 캐릭터를
통해 삶의 희망을 발견해 보세요.
당신을 살리는 말을 하는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만나 보세요
#인생에서 최고의 일은 바닥을 딛고 튀어 오르는 거예요.
서울시 구로구
문화/예술
가로등이 바라본 세상 | 당근 카페
쎄라
인증 27회 · 4주 전
가로등이 바라본 세상
오늘 정말 되는 게 없는 날이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가지고 세상에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책을 두고 와서 급히 달려갔는데 책은 없어지고 아 쌩 돈 나가게 생겼네. 새 책을 사가지고 도서관에 갔다 줘야 한다고.
짜증 나! 나 너 오늘 진짜 되는 일 하나도 없는 날이야. 어이구!!
밖에 너무 추워 가지고 내가 털 모자를 쓰려고 챙겨 가지고 나오는데 마침 내가 가끔 도와주는 파지 할아버지께서 지나가시는데 머리에는 어떤 모자도 쓰지 않고 지나가시지 뭐야. 그래서 나는 내 털 모자를 할아버지께 드렸어. 오늘 할아버지께 털모자 드린 게 내가 하루 중
제일 잘한 일이야.
아니 시장에 왔으면 줄을 서야 하지. 저 아줌마는 왜 새치기를 하고 난리야. 저렇게 큰 가방을 밀고 다니면서 한쪽에 둬야지 누가 발이라도 걸리면 어떡할 거야. 누구라도 다치면 책임지려나. 아우 진짜 줄은 왜 이리 길어? 어 저 사람! 저거 저거! 미리 줄 선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야? 가방 놓고선 쇼핑하면은 줄 서놓고 물건을
사겠다는 심보네. 참 그 아줌마 아주 잔머리는 최고네.
학생? 학생 가방에서 떨어졌는데! 어머 너무 감사합니다. 제 지갑이에요. 어우 오늘 받은 용돈 다 날릴 뻔했네. 정말 감사해요. 아 조심해서 잘 가고 다녀 학생! 오늘 아빠랑 한바탕하고 나서 아빠 나이 남자들 다 꼴 보기 싫었는데 아빠 나이는 다 꼰대인 줄 알았는데 저렇게 좋으신 분들도 계셨구나. 아빠도 사실은 부드러운 분이신데 사춘기인 내가 아빠를 오해하는 걸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아빠랑 싸우지 말고 맛있게 저녁 먹어야겠다. 저 고마운 아저씨 때문에 아빠 나이의 남자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달라지는 기분인걸.
큰아들이 같이 살자고 할 때 큰 아들 집에 들어가지 말걸 그랬어. 괜히 큰 아들 집에 들어가 가지고 내가 갖고 있는 재산 다 갖다주고 며느리랑 큰 아들 눈치 보면서 냉장고에 있는 곶감도 내 맘대로 못 꺼내 먹고 며느리한테 물어보고 먹는 신세가 되었으니 내 팔자야. 내가 왜 그런 잘못된 판단을 한 거지?
남편의 얼굴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어둡지?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나. 오늘 회사 나가는 뒷모습이 너무 기운이 없어 보였어. 왜 그런 걸까 물어보고 싶은데 혹시 심각한 일이 있다고 얘기하면 어떡하지. 그럼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거 같은데 지금 큰 애도 대학 다니고 둘째도 고등학교에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데 지금 남편이 벌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잖아. 오늘 남편이 좋아하는 닭갈비나 준비해서 먹으면서 한번 넌지시 속마음을 캐내 봐야겠다. 뭘 알아야지 대책을 세울 거 아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잖아. 나는 대한민국의 힘 쎄라 아줌마인데 뭔 걱정이야.
고민 없는 인간들은 하나도 없구나. 참 인간들은 생각할 것도 많고 걱정거리도 많은 것 같아. 내가 오늘 밤은 더 밝은 빛이 비쳐줘서 그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싶다. 밤길 조심해서 잘 들어가요. 넘어지지 말고 내일 아침에는 내 불빛이 필요 없을 거예요. 찬란한 태양이 떠오를 거니까요. 오늘의 걱정 한편의 두고 푹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