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오후 한 시부터 다섯 시까지 서울역에서 외국인을 위한 안내 자원봉사를 했다.
네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로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얼굴과 언어, 그리고 각기 다른 사연들은 짧지 않은 여정을 이룬 듯했다. 서울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세계였고, 나는 그 중심에서 잠시 길잡이가 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도쿄에서 왔다는 두 명의 일본인 여성이다. 인천공항에서 환전을 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엔화만 쥔 채 서울역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환전소 위치와 기후동행카드 구매 방법을 묻는 그들의 표정에는 낯선 도시에서의 막막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와우패스 기계 앞에서 환전을 돕고, 이어서 기후동행카드를 구입하고 충전하는 과정까지 안내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그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한국은 처음인데, 시작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 한마디는 긴 설명이나 어떤 보상보다 깊이 남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가 또렷해진다.
또 다른 순간은 일본인 가족과의 에피소드이었다.
초등학생 딸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가 1회용 티켓 발매기 앞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돈을 넣었는데도 표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비상 버튼을 눌러 직원을 호출해 놓고, 그 사이 다른 외국인 관광객을 영어로 안내했다. 잠시 후 직원이 도착해 문제를 해결했고, 일본인 남성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내게 물었다.
“몇 개 국어를 하세요?”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를 한다고 답하자 그는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인사를 건넸다.
그 짧은 대화 속에는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잠시 스쳐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작은 연결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같은 온도를 지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중국인 커플은 승차권 없이 환승구역에 들어와 발걸음을 멈춘 채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발매기 사용을 도와주고, 공항철도로 가는 길까지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OK”라고 짧게 말한 뒤 돌아섰다. 그뿐이었다. 그들의 반응이 특별히 무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도움을 건넨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딘가 허전한 여운이 남는다.
물론 감사의 말을 기대하며 시작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예부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원봉사를 하며 나는 사람을 배운다. 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라는 사실을 매번 새롭게 깨닫는다. 어제 역시 오랜 시간 서서 몸은 분명 피곤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상하리만큼 가벼웠다. 누군가의 낯선 하루에 작은 길잡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 모든 피로를 조용히 덜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