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아스퍼거와 ADHD를 의심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고등학생때 한학기 정도 알고 지냈고, 좋은 추억이 있었다 여기고 있었어요. 십수년이 흘러 우연히 마주치고, 그 친구가 저에게 반갑게 인사하니 저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나 재회의 반가움도 잠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동창임을 밝히니 다른사람들이 "예전부터 친했어요?"하고 묻더라고요. 별뜻없이 인사처럼 묻는 형식적 질문이겠지만 굳이 여기에 대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딱잘라 "아니요! 인사나 하는 사이였어요" 하고 쓸데없이 자기 생각을 뱉어버리더라고요. 충격받았어요. 제 기억과 상대방의 기억, 제 느낌과 상대방의 느낌, 저의 친함의 기준과 상대방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제 추억에 대해 적나라하게 침범당한 이상 크게 실망스럽고 서운한건 너무 자연스럽지요. 그리고 어떻게 관계에 대한 정의를 그렇게 굳이 뻔뻔하게 일말의 배려없이 내뱉을 수 있는지,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수가 있지 사회성이 박살났나 그 부분에서 더욱더 충격이었어요. 나중에 그친구가 넌지시 자신은 아스퍼거와 같은 자폐증이 의심된다고 했어요. 그땐 멀쩡히 보여서 믿기지않고 과장같았는데 그친구의 입으로 내뱉는 정서적 폭력성을 겪을수록 그런 의심을 갖는것도 신빙성이 있어보였어요. ADHD에 대해서는 확신하는듯 했고요. 그 병리적 증상들을 진짜 겪고 있다면 그 부족한 사회성과 충동성에서 나타난 망언같기도 해요. 그냥 나랑 다르구나 이해해보려 노력해도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어요. 나중에 참다못해 서운함을 겪은 그 사건을 얘기해보았는데, 자기는 그날 반성했다며 진심어린 미안함이라는 공감보다는 자기 변호에 집중하는 찝찝한 사과같지 않은 사과를 하더라고요.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꼈다면 먼저 언급하고 사과를 했어야하겠지요. 사과는 없는채 자기 혼자 반성했다라는건 정서적 뺑소니 후 상대방과의 합의는 없는채 자기자신과 합의보는 일이 아닌가요. 일반적이고 인간적인 수준의 공감이 동반된 정서교류를 기대해서는 안되는 상대였던 것이었어요. 특수교사가 아니고 의사가 아닌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이런 어려운 케이스를 감내하고 소모되는게 스트레스가 큰일이었어요. 어쩌다 잠깐 자기를 돌아보는것 같긴 한게 "네가 나를 만나며 희생되는것 같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그친구가 했어요. 그래도 내 힘든 마음을 알아주고 있구나 공감의 차원으로 여겼고 그걸 희망으로 해석했지, 썩어 문드러져가는 마음속 가지를 잘라내야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일줄을 그때는 몰랐어요. 그러던 어느날 감정적으로 폭발해서는 더이상 내가 필요없다는 투로 인격적으로 모욕을 했어요. 누구나 감정적으로 무너질 일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자기 머리속에서 꾸며내거나, 비상식적인 질문에 답해줘야되는 상황까지 치닫으니 이건 정말 뭐하는 짓인가 싶었어요. 이런 사람을 정말 본적이 없었어요.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연설을 하고 대화의 중심에 상호배려는 없고 너무 집요하고 자기중심적이라 너무 이상했어요. 기가 빨리고 가스라이팅 당한 느낌이었어요. 내 정신에 건강하지 않은 사람인게 확실하니 차단하고 끊어냈지만, 제자신을 그 상황속에 더 건강히 지켜내지 못해 억울하고 답답한 후유증이 몇달째 해가 바뀌었어도 길게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