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은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꼽힌다. 수분 함량이 높아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심장과 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11일 건강 전문 매체 베리웰헬스에 따르면, 수박의 심혈관 건강 효과는 'L-시트룰린(L-citrulline)'이라는 아미노산 성분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영양사 조해나 카츠는 "수박은 자연 식품 가운데 L-시트룰린 함량이 매우 높은 식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우선 L-시트룰린은 체내에서 L-아르기닌으로 전환된 뒤 산화질소 생성에 관여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혈관이 유연하게 유지되면 혈압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이 확인됐다. 앞서 남성 6명과 여성 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소규모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2주 동안 매일 500mL의 수박 주스 또는 같은 열량의 대조 음료를 섭취했다. 그 결과 수박 주스를 마신 그룹은 혈관 확장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개선됐고 미세혈관 기능과 관련된 수치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혈관 건강부터 식습관 개선까지
수박의 강점은 L-시트룰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박에는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라이코펜은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염증은 심장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비타민C, 칼륨, 마그네슘도 함유돼 있어 심장과 혈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기간 수박을 섭취했을 때 혈관 건강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7개 무작위 대조시험을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수박 섭취가 동맥 경직과 관련된 지표 개선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맥이 딱딱해질수록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고, 이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연구만으로 수박의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카츠는 "아직 근거는 제한적이며 모든 연구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수박은 심장 건강을 지원하는 식품이지만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을 해결하는 특별한 치료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수박을 먹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더 건강한 식습관을 보였다는 점이다. 미국 성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수박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식단 품질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라이코펜과 카로티노이드, 식이섬유,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A를 더 많이 섭취했다. 반면 첨가당과 포화지방 섭취량은 수박을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적었다. 미국심장협회는 심장 건강을 위해 첨가당과 포화지방을 줄이고 소금, 술, 가공식품 섭취도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수박이 건강한 식습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평소 과일을 자주 먹는 사람들이 수박도 함께 즐겼을 가능성이 있고, 수박이 가공 간식이나 달콤한 디저트를 대신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연구들을 종합하면 수박은 혈관 기능과 혈액순환을 돕는 성분을 제공하고 심장 건강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식품으로 평가된다. 다만 심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체중 관리, 적절한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하며 수박은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