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사회인이 된 이래,
주로 신문사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짧지 않은 사회생활을 해왔지만
직장 운이 좋았던 건지 20여년간의 월급쟁이생활 중 10여년을 외국에서 근무했다.
짧지 않은 세월동안 회사 돈으로 밥 사먹고, 잠자고, 여기저기 다니며
이런저런 좋은 세상 구경을 하고 살았으니 직장 운이 좋았다고 내세워도 좋을듯하다.
10여년의 해외근무 중 7년간을 미국뉴욕과 워싱톤에서 근무했지만 중국,일본, 프랑스, 영국등에서도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주재했으니 동,서양을 다니며 눈 호강은 제법 했다 할 수 있다.
해외생활을 제법 길게 했으니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이, 나의 보잘 것 없는 해외경험담을 듣고 싶어 하며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이 가끔 있다.
그들에게 거의 예외없이 최고로 꼽고 들려주는 나의 외국생활 중
" Best Place " 가 오늘 아침, 이
잡문을 쓰기 시작한 주제인 것이다.
1999년 12월, 20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나는
캐나다의 뱅쿠버에 와 있었다.
2000년 1월초부터 프랑스 파리로 옮겨 근무하기로 예정되어 이사를 얼마간 앞두고 뉴욕의 아파트에 있던 볼품없는 세간살이들은 대충
얼키설키 쌓고 꾸려놓았고 미국 서북부 시애틀에 출장온김에, 미국생활 내내 마음은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캐나다쪽 로키산을
구경하기로 했다.
시애틀에서 차를 몰고 미국과 캐나다간 국경을 통과해 캐나다 뱅쿠버에 도착해서 하루밤을 쉬고,
아침 일찍 뱅쿠버에서 차로 14~16시간 걸리는 밴프( Banf )시를 거쳐
록키산 자락의 고산지대를 잇는 스카이웨이뷰 익스프레스웨이 (SKYVIEW EXPRESS WAY) 를 타고 내륙산간도시 제스퍼(Jasper)를 들렸다가 그 다음날 뱅쿠버로 돌아와 다시 하루쉬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을 잡고 자동차 여행을 시작했다.
캐나다 국경을 넘어서자마자 부터 홀로 떠난 여행길을 후회하기 시작해서
여행기간내내 외로움을 깊이 느끼며 여행을 했다.
더욱이, 영하 20도가 넘어 매섭게 추운 눈 쌓인 북미 고지대의 고속화
도로는, 길가를 따라 기가질리게 높은 전나무들이 온몸에 눈을 덮은채
수 십키로 동안 끝없이 이어져 그 장엄한 아름다움에
고독한 여행객의 가슴이 더욱 차가와지게 하고있었다.
10시간 까까운 장거리운전임에도 도처에서 노루, 북미뿔양, 곰등
야생동물들이 불쑥불쑥 찻길로 튀어나오는등 초행의 여행객을 깜짝깜짝 놀래키고 있었기에 숨 막히게 아름답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장관을 즐기면서도 잠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 자정을 지나 시커먼 밤. 천지사방이 모두 눈에 쌓여있고 매우 춥다. -
몇시간째 내차의 헤드라이트 불빛 말고는 주변에 아무런 불빛도 보이지 않아 겁이 나기도 하였지만 한참 전부터 신호를 보내오던 요의를 참을 수 없어 차를 길 가운데 세우고 바지춤을 내려 시원하게 방뇨를 하다
무심코 하늘을 보니 하늘이 온통 새 하얗다.
지평선 끝에서 끝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밤 하늘에 구름 한점 없이
온통 별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숨이 턱 막힐것 같이 압도하는 별 별 별...... 하늘 하늘 하늘
무서움도 잠시 잊고 내차의 헤드라이트를 꺼보니 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별들이 보인다.
내차에서 단속적으로 들려오는 무거운 엔진소리뿐 사위가 한 없이 적막한데 그 엄청난 별들 아래서 나는 그 별들을 우러르고 있었다.
입을 멍하게 벌린채 별들을 보다 갑자기 터져 나온 눈물이
매섭게 추운 날씨탓에 얼얼한 차가운 뺨위로 흐른다......
입에서.........나도 모르게 기도가 절로 나온다...
하늘을 빈틈없이 채운 저 어마어마한 별들 아래서
이 보잘것 없이 초라한.......
내 존재의 크기가 그리도 왜소하게 느껴졌던 적은 일찌기 없었던것 같다.
날씨가 너무추워서 오래 못 버티고 그 장관을 포기한채 다시 차에 올라 타 운전을 하는 몇시간동안 내내 자괴심과 부끄러움속에 쌓여있었다.
무량대수의 별들 속에 내가.... 너무 가소롭고 초라했다..... .
그날이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상속에서 나는 종종 캐나다의 록키와 별들을 생각하면서 나를 다스린다
거짓과 욕심... 분노, 그리고 욕정까지.... .
잡문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또 다시 그 별들이 많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