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오늘은 내 아내 흉을 좀 봐야겠어.
내 아내는 언제나 노래방엘 가면 18번이 있다네.
ㅡ 참새와 허수아비 ㅡ
이젠 노래방에 가면 일행들이 자기가 부를 노래를 선곡할 때면 내가 으레 그 노래를 올린다네.
노래책을 볼 필요도 없이 내 노래 뒤에 그 노래를 넣는다네.
그리고 순서에 의해 내가 먼저 부르고 나오지 않는 무엇을 보려고 화장실을 간다네.
왜 그럴까?
친구!
뭐긴 뭔가?
아내의 노랫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이지.
어쩌다 시설이 좋지 않은 곳이라도 가서 화장실까지 아내의 노래가 들리면, 나는 붙잡은 것을 놓고 귀를 막는다네.
왜 그런지 모르겠나?
아내의 노래를 듣기 싫어서라네!
언젠가 한 번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 아내 노래 때문에 귀를 막다가 바지를 다 적셨지 뭔가.
바지가 젖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손은 귀를 막고 있었지.
얼마나 아내의 저 노래를 들었으면 지긋지긋해 듣지 않으려고 내가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그렇게 노래 가사책을 사주고 테잎이며 CD를 사주어도 아내의 레파토리는 영원불변의 한우물이라네.
하긴, 그렇게 된 것에 대해 나의 주장이 원인이 된 것도 하나의 원인은 되겠지.
아내는 내가 한 노래를 부르다 득음한 사실에 고무되어 그 전철을 밟겠다는 거야.
그래도 그렇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나는 후천적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 개조될 기능을 갖췄지만, 아내는 전문의도 못 만들 성감대(聲感帶)를 가졌지.
도레마파쏠~~~~ 그 이후로는 절대 오르지 못할 성감대를 가진 거야.
노래를 잘 하는 여인은 성감대(性感帶)도 발달되어 남편에게 최고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사실인지 확인할 기회가 없으니 알 수 있어야지.
가사 중, 훠이훠이~ 란 부분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 가면 여지없이 내 귀를 막아야하는 안타까움에 난 미치고 싶다네.
노래방에 갈 때는 오늘만은 제발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도 간밤에도 또 일을 저지르고 말았지.
노래방 분위기는 내 아내의 노래만 끝나면 초상집 분위기라네.
흔들고, 비틀고, 난리부르스를 추다가 내 아내의 노래만 시작되면 적막강산이 되어 새벽 산길 같은 고요가 흐른다네.
친구!
그래서 이젠 특단의 결심을 내리기로 했다네.
오늘부터 내가 아내에게 노래 교습을 시키려고 한다네.
노래방 분위기는 잘하나 못 하나 남의 흥을 깨지 않는 것도 공중도덕이 아닐까?
그래서 비교적 어렵지 않은 송대관의 노래를 가르칠 거라네.
그의 노래는 목로를 젓가락으로 때리며 부르기도 좋고, 가사가 유치한 것 같아도 막부르는데는 어울리거든.
"쿵작쿵작 쿵자자작자 네박자 속에..... "
난 오늘부터 아내에게 저 노래를 집중적으로 가르칠 거라네.
그 옛날, 아스라이 멀어져간 세월을 거슬러 올라 무르팍에 작부를 앉혀놓고 젓가락을 때리며 부르던 추억 속으로도 갈 수 있을 게 아니겠나.
막걸리를 받아놓고, 큰 양푼을 엎어놓고, 이웃에서 신고해 경찰이 오던 말던 악다구니를 부리게 할 거라네.
한 잔 걸치면 먼 옛날 뻘건 헝겊에 흰글씨로 왕대포라고 쓴 글씨가 보이는 술집의 추억에 젖겠지.
득음을 하려면 목에서 피가 솟도록 해야 한다는데 그만한 각오는 해야겠지.
아내가 득음을 하는 날, 우리 함께 노래방에 가세나.
그때는 아마 초상집을 만들지는 않을 거야.
친구!
자네 혹시 제목이 '성감대'라고 해서 '성감(性感)'이라고 착각하고 오지 않았겠지.
"여자의 성감대"가 어디 따로 있던가?
여자는 온몸이 성감대라네.
내 아내는 비록 노래는 못해도 침대에서는 한 마리의 카나리아라네.
아내의 성감대를 모르거든 아내와 싸워보게.
자고로 부부싸움을 한 다음에 사이가 더 좋아진다 그러지?
왜 그런지 모르겠나?
싸워서 토라진 부인의 마음을 달래려면 잠자리를 해야 되고, 그러려면 거부하는 부인의 온몸을 밀고당기다 보면 자연히 달아오르게 된다네.
그게 바로 성감대라는 거야.
어느 분 말씀이 생각나네.
오십 대의 부부의 사랑은 봉사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라 합의라고......
수십 년을 살아온 부부가 부끄러운 게 무에 있겠나.
오늘 밤, 자네 아내에게 살며시 물어보게나.
......성..... 감....ㄷ ...ㅐ가 어디냐고.......
사실, 다른 사람은 음역대(音域帶)라고 칭하나 나는 성감대라는 표현을 쓴다네.
그래야 자네가 내 글을 읽을 것 같아서 말일세.
자네 가정에 무한한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네.
잘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