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전 써둔 잡문입니다 -
20대 중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부산과는 인연이 많아 30여년간 이런저런 사유로 부산을 다녀온게 적게 잡아도 백여 번은 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방문 횟수에 비해 방문때마다 거의 시간적 여유가 없이 주어진 용무만 마치고 돌아왔던 것 같아, 국제도시 부산의 문화적 다양성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즐길 기회는 많지 않았던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방문때마다 일정에 쫒기더라도 거의 매번 다녀 오는 곳이 있습니다.
심지어, 5년전 부산 변두리에 있는 금강공원이란 곳에서 외삼촌의 장례식 을 치르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곳을 다녀왔으니 어지간히 즐기고 좋아하는 곳 입니다.
10년 넘게 한국에 한번도 못들어오며 "빡세게" 한 뉴욕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엄청나게 많이 변한 한국의 모습이 보고 싶어 귀국 후 며칠만에 차를 몰고 달려갔던 곳 입니다.
그곳은 바로, 자갈치 시장입니다.
대학시절, 해운대에서 살던 고모집에 놀러왔다가 처음 가본 자갈치 시장은 지금껏 살면서 한국과 외국의 많은 도시를 다녀봤지만,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이 "사람냄새"를 짙게 풍기는 매우 "情적인 곳" 입니다.
더우기, 지난 30여년동안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고 항상 그대로인 자갈치 시장이 너무 좋습니다.
어제, 대구에 볼일 보러 온 김에 일부러 짬을 내어서 아무런 용무도 없이 또 부산엘 다녀왔습니다.
늦은 점심은 동래에서 파전에 동동주 몇 사발 로 해결하고 실비가 간간히 내리는 속에서 자갈치 시장엘 갔습니다.
시장의 끝무렵에는 제가 몇년째 단골로 다니는 고래고기집이 있습니다.
가격이 녹녹치 않은 고래고기를 한접시 시켜놓고 나무로 만든 간이 의자 에 앉아 빗속에 분주히 오고가는 인총들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며 한잔두잔 술을 마시고 있으려니, 비록 청승맞긴 하였으나 차츰 오르는 술기운에 취하고 시장통의 사람냄새에 취해 야릇한 행복감에 빠져 들었 습니다.
결국 고래고기도 한접시 더 시키고, 주량을 훌쩍 넘게 술을 마시고는,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자갈치 시장에서 부산역까지 실비를 맞으며 터덜터덜 걸어갔습니다.
추적거리는 비속을 걸으며 느끼던 행복감이 하루가 지난 지금도 너무
좋았습니다.
죽을때까지 지금만큼만 건강하다가 많이 아프지말고 갔으면 좋겠고
맛있는 고래고기를 주머니속 안들여다보고 사먹을 정도로 벌었으면 좋겠고, 죽을때까지 자갈치 시장이 변하지말고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이....자갈치 시장이...고래고기가....맛있는 술이...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