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중고등학교 6년 내내 걔 때문에 지옥 속에서 살았거든요. 단순히 맞고 돈 뺏긴 거면 이 정도로 미치진 않았을 겁니다. 걔는 저를 이름이 아닌 *'04번'*이라 불렀어요. 점심시간마다 급식실 잔반통 앞에 저를 세워두고, 자기가 남긴 음식들을 먹는지 감시하며 "04번, 짬처리 안 해? 너 같은 쓰레기는 쓰레기를 먹어야지."라며 전교생 앞에서 모욕을 줬습니다.
제일 악랄했던 건, 제가 짝사랑하던 애 책상에 제 필체를 흉내 내서 외설적인 쪽지를 넣어둔 날이었어요. 결국 저는 졸업할 때까지 '변태'로 낙인찍혀 투명인간처럼 살았습니다. 그땐 정말 죽고 싶어서 베란다를 서성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동창 단톡방에 걔가 빗길 교통사고로 즉사했다는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보자마자 슬픈 게 아니라, 진짜 미친 사람처럼 입꼬리가 올라가더라고요. 6년 동안 꽉 막혔던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고, 오늘 아침밥도 평소보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거울 속 제 웃는 얼굴을 보는데, 남의 죽음 앞에서 식욕이 돋는 제가 괴물 같고 무서워집니다. 저 사실은 걔가 말했던 대로, 진짜 인간 이하의 쓰레기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