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주인이니 제 이야기부터 천천히 적어볼게요.
이 아이와의 만남부터 매우 특별했었거든요.
이름은 세치 (3살 입양 ~ 10살 무지개다리)
(한치, 두치, 세치 할 때 그 세치요 ㅎㅎ 형제가 7마리라고 하더라고요)
전 동물에게 원래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귀엽다고 느끼기만 했지,
어릴 때 가족들과 멋모르고 키웠다가 제대로 케어도 못 해주고 보낸 아이가 있어
두 번 다시 개는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지내다가
20대 후반 즈음 갑자기 가족들이 영상 하나를 보내며
“이 유기견 입양하지 않을래?”라고 물어봤어요.
어릴 때 기억이 좋지 않아 케어 하나 못 할 텐데 절대 안 된다고 싸웠어요.
가족은 저를 설득했고, 알아서 키우겠다는 약속과 책임져 주겠다는 말에
그냥 데리고만 오고 신경 쓰지 말자는 생각으로 센터로 향했어요.
예전 강아지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정을 주기 싫었거든요.
센터에서 한 주에 1번씩, 한 달 동안 강아지를 보고 교육도 받으며 지내다가
입양을 하고 오던 날, 저에게 조금도 관심 없던 아이가
갑자기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허벅지에 얼굴을 대고 계속 저를 보더라고요.
그때였던 것 같아요.
가슴에서 몽글몽글 뭔가 올라오던 게요.
그렇게 집에 오니 신경도 안 쓰였던 아이가 계속 눈에 밟히고,
산책도 해주고 밥, 간식도 주고 같이 놀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제일 빠져버렸고
그때부터 이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걸 다 경험하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이후 제 모든 일상은 일이 끝나면 무조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었어요.
산책도 체력이 좋아서 퇴근하고 3~4시간씩 했고,
휴일만 되면 서울 일대를 10시간씩 걸어 다니며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었어요.
휴일 전만 되면 “내일 어디 가지~” 고민하고,
차도 없던 시절인데 버스, 택시, 기차 타고 강원도도 가고
가평, 파주 가서 숙소 잡고 고기 사서 같이 먹고…
그냥 그런 일상이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리고 특이한 게, 3살에 입양 왔는데
사회성은 부족하고 센터에서 왕고였다더니
세 마리가 놀고 있으면 달려가서 싸우는 줄 알고 말리고,
입맛은 진짜 까다로워서
개껌, 우유껌, 소시지는 절대 안 먹고
쿠키, 과일, 채소는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소고기, 닭고기 말린 건 좋아했어요.
심지어 애견호텔 맡겼을 때 직원분이
“입맛이 너무 까다롭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건 안 먹고 직원분이 고양이 주려고 직접 말린 양고기만 먹어서
고생하셨다고요. (저희는 절대 그렇게 키운 적 없어요 ㅠ)
공만 사주면 바로 파괴 모드 발동해서
분당 1개씩 부수다 보니
대형마트 → 애견용품점 → 다이소로 바뀌었고,
7년 동안 다이소 공만 포터 두 대는 채우지 않았을까 싶어요 ㅎㅎ
치악력도 강해서 치실 공, 고무공, 테니스공도 다 박살 내는
완전 파괴신이었어요.
이런 일상을 보내다가 30대가 되고
직장을 옮기며 자취를 시작했고
세치도 데려와 둘이 같이 살게 되었어요.
이 아이 때문에 재택 가능한 직장으로 옮기기도 했고요.
사회성 제로인 저를 가장 많이 케어해준 존재였어요.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서 면허도 따고 차도 끌기 시작했고
인천, 양평, 파주, 가평, 충주, 여주, 문경, 상주, 전주…
공기 좋다는 곳은 거의 다 다녔어요.
그냥 그 일상이 눈물 날 정도로 좋았어요.
이렇게 지내다 보니 개인 시간은 거의 없었고
가끔 지칠 때도 있었지만
이 아이에게 저밖에 없고
저와 노는 걸 제일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괜찮았어요.
잘 때도 꼭 제 팔 사이로 들어와
몸을 딱 붙이고 누워
제 가슴에 코를 올리고 세상 편하게 자고,
나중엔 코 고는 소리에 깨기도 하고요 ㅎㅎ
퇴근하고 침대에 누우면
배 위로 폴짝 올라와
폰 치우라고 코로 밀고
손으로 툭툭 치면서 만져달라고 하고,
안아주려고 하면 배 위에 엎드려
턱에 입이 닿으면 핥아주고…
(아, 원래 뽀뽀 귀신이에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배방구 해주면 난리 나고
술래잡기하면 같이 뛰고
간식 먹으면 옆에서 히융히융거리며 바라보던
완전 엉아 바라기였던 세치였어요.
혹시 오해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제가 상처로 인해 사회성이 부족하고 예민해서
처음엔 서열 정리하려고 화내기도 했고
산책 중 통제 안 되면 강하게 제지하기도 했어요.
그 모습 보신 분들은 놀라셨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제 아이는 그런 아이였어요.
강아지라서가 아니라
그저 ‘세치’라는 존재 자체라서 사랑했고
마음에 품었어요.
아마 두 번 다시 이런 아이는 없을 것 같아요.
10살까지 아픈 데 하나 없이 건강했던 아이인데…
점프도 잘하던 아이인데…
몰래 주워 먹은 것 때문에 병원에 크게 갔던 적도 있었어요.
제가 늘 하던 말이 있어요.
“야, 세치 이시키야.
이번 생 20년 이상 살고,
저 위 올라가서 신이랑 쇼부 보고
다시 내 새끼로 태어나서
같이 라면, 닭꼬치, 파스타 먹으러 다니자. 알겠어?”
전 사후세계 같은 건 안 믿지만
만약 있다면
꼭 다시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세치는 알아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거든요.
오른쪽 주둥이 끝에 점처럼 있고,
고양이한테 덤비다 맞아서 코 위에 상처도 있고요 ㅎㅎ
갑자기 교통사고로 보내고 나니
유독 더 마음이 아프네요.
오늘도 너무 보고 싶고
그냥 너무 그리운 하루예요.
내일이면 딱 2주인데…
누가 수명을 반으로 나눠주고
3월 29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날 밤, 저녁까지 같이 먹고
안고 돌아와서 같이 자고 싶어요.
그럼 또 같이 잘 수 있잖아요.
정말 너무너무 사랑하는 우리 세치야
꼭 엉아한테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