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나와 결이 맞지않는다고 생각했다
매일 울고 힘들다고만 생각했다
나르시시스트라는걸 알고나서부터
모든퍼즐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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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 | 당근 카페
Kw
인증 1회 · 2개월 전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서 차단이 쉬운 사람도 있고, 유난히 어려운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차이가 마음의 강약이나 결단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종류와 깊이에서 오는 차이인 것 같아요.
지인이나 연인은
성인이 된 이후 맺은 관계이고, 이미 형성된 자아와 경계 안에서 시작된 관계인 만큼 비교적 정리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 역시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인이나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대가 경계를 조금씩 침범하고 현실 인식을 흔들며, 나도 모르는 사이 관계 안에서의 기준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특히 연인의 경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정 착취나 통제가 정당화되었던 경험이 있다면,
관계를 끊는 선택은 상대를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이 정도 대우를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다시 답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인이나 연인과의 절연은, 관계 자체보다도 관계 안에서 왜곡되었던 자기 기준을 되찾는 작업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배우자는
성인이 된 이후 선택한 관계이긴 하지만, 단순히 감정으로만 맺어진 관계는 아닙니다.
결혼과 동거를 통해 생활, 경제, 사회적 역할, 가족 관계가 하나의 구조로 엮이게 되고,
그 안에서 나는 ‘한 사람의 배우자’, ‘부모’, ‘가정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배우자와의 절연은 그동안 당연하게 유지되던 삶의 틀을 전면적으로 다시 짜야 하는 일이 됩니다.
특히 이 관계에는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따라붙기 때문에,
관계를 끊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자기 판단에 대한 자책과 수치심이 함께 올라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가 있다면 난이도는 더 높아집니다.
이혼 이후에도 양육, 면접교섭, 학교와 생활 전반의 문제로 인해
상대와의 연락과 접촉이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미련이나 감정 때문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혼 후의 관계는 ‘관계를 유지한다’기보다 관계를 관리하며 견뎌야 하는 상태에 더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결국 배우자와의 절연은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연락을 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관계를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경계를 세울 것인가의 문제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의 관계는 배우자보다 더 깊은 층위에 있습니다.
부모는 선택한 사람이 아니라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주어진 존재였고,
처음 세상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인식하게 만든 기준이었습니다.
부모를 통해 사랑받는 방식, 잘못했을 때의 처벌, 착한 아이의 기준, 불효에 대한 개념, 심지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감각까지 형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와의 관계를 끊는다는 건, 지금까지 부모의 시선과 기준을 통해 만들어진 나에 대한 정의를 하나씩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 됩니다. 특히 나르의 자녀로 자란 경우, 부모는 보호자이자 동시에 상처의 근원이었기 때문에 사랑, 두려움, 죄책감이 분리되지 않은 채 엮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절연은 부모의 승인 없이도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연습하는 일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부모와의 절연이
가장 어렵고, 가장 오래 걸리며, 가장 많은 내적 혼란을 동반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