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들도 인류의 기술에 맞춰서 진화를 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제가 1탄에서 설명드렸던
바퀴벌레약이 세간에 드러나게 되면서
바퀴벌레 대학살이 일어나게 됩니다.
인간들이 바퀴벌레밥에 처음으로 독을 탄 순간이기에
약만 뿌렸다 하면 집단으로 폐사하곤 했죠.
이전까진 스프레이로만 싸우던 인간들이
바퀴벌레의 내성이 강해지고
스프레이로는 100% 박멸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개발하게된 먹이형 바퀴약은
그당시 거의 신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아주아주 위대한 신무기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바퀴벌레 셀프퇴치 성공율은
95%가 넘었으니 말 다 했죠..
그런데, 지금의 바퀴벌레는 진화했습니다.
바퀴벌레는 무리 생활을 합니다.
집단 페로몬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위험 신호도 공유하죠.
약제가 널리 퍼지면서 수많은 무리가 전멸했지만
일부 살아남은 개체들이 있었습니다.
첫째, 약 냄새에 본능적인
거부반응을 보이는 개체들이었습니다.
이게 세대를 거치면서 유전됩니다.
살아남은 놈들의 자손이 번식하고,
그 자손들도 약 냄새를 맡으면 피하게 되고,
점점 집단 전체가 그 특성을 갖게 되는 거죠.
진화론에서 말하는 자연선택이
바퀴벌레에게 아주 빠르게 적용된 겁니다.
바퀴벌레의 세대교체 주기는 약 3~4개월인데,
인간의 20~30년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화가 이루어집니다.
둘째, 약을 먹어도 안 죽는 개체가 탄생했습니다.
더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7년을 바퀴벌레랑 동고동락한 경험이 있고
바퀴벌레 카페를 운영하는 저마저도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다른 분들은 오죽할까요..
후각 회피에 실패해서 약을 먹은 개체들 중에서도
일부는 죽지 않았습니다.
유전적으로 특정 약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가진 돌연변이 개체들이 있었던 겁니다.
처음엔 극소수였으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바퀴벌레 수명이 그리 긴 편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 개체들이 살아남아 번식하고,
또 자손들이 그 성분이 든 약을 먹고 죽고를 반복하면서
수십 년에 걸쳐 내성이 쌓이게 됩니다.
결국 지금의 바퀴벌레 중 일부는
과거에 집단 폐사를 일으켰던 그 약을
그냥 밥처럼 먹고 멀쩡히 돌아다닙니다.
녀석들에겐 오히려 좋은 영양분이 되어
번식에 훨씬 유리해지게 되었죠.
2000년대 초반 95%를 넘던 셀프퇴치 성공률이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약을 사다 뿌렸는데 효과가 없었다고 느끼셨다면
약빨이 잘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성이 생긴 집단을 만나신 겁니다.
그럼 방역 업체를 부르는 수밖에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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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인류도 진화를 하거든요.
- 3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