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정?
분명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왜 '설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걸까.
마치 누군가가 만든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처럼.
마치 이 세상이 원래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잘려나간 미-고의 목에서 검붉은 액체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피는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공중에서 검은 입자들로 분해되더니 밤하늘로 빨려 올라갔다.
흑의인은 검을 내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후드를 쓴 얼굴 안쪽은 그림자뿐이었다.
"늦었군."
낮고 메마른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내 질문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시선을 따라 올려다봤다.
그리고 숨이 멎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