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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비었다길래 설렜는데… 오늘 제일 핫한 건 SUM 함수였다 | 당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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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26회 · 1일 전
집 비었다길래 설렜는데… 오늘 제일 핫한 건 SUM 함수였다
여친이 갑자기 “오늘 집 비어?”라고 묻길래 솔직히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괜히 방 상태가 신경 쓰여서 옷은 옷장에 밀어 넣고, 침구 갈고, 향초 켜고, 로맨틱 플레이리스트까지 틀었다. 거울 앞에서 셔츠까지 고르면서 혼자 드라마 남주인공처럼 준비했는데, 벨이 울리고 문을 열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여친 손에는 꽃다발도, 와인도 아니고 커다란 빨래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알고 보니 집 세탁기가 고장 나서 우리 집에서 빨래를 하러 온 거였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했는데, 스마트 스피커는 갑자기 율동동요를 틀고, 여친은 너무 자연스럽게 빨래를 색깔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둘이 나란히 앉아 있다가 여친이 귓속말로 “나 오늘 너랑 진도 좀 빼고 싶어…”라고 해서 진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바로 노트북을 열더니 “엑셀 진도. 월말 마감이라 수식 좀 봐줘”라고 했다. 결국 나는 빨래를 개면서 SUM 함수, IF 함수, 범위 지정까지 알려줬다.
오늘 깨달은 건 하나다. 연애에서 제일 뜨거운 순간은 스킨십이 아니라, 상대가 급하게 엑셀 수식을 물어볼 때였다. 로맨스보다 빠른 건 실무 투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