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어느 횡단보도 앞이었습니다.
신호 기다리며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데, 대각선 쪽 스마트폰 매장 앞에서 물티슈를 돌리던 호객꾼이 제 시야에 들어오더라고요.
매의 눈으로 타깃을 찾던 호객꾼이 갑자기 돌진하더니, 반팔을 입고 걸어가시던 '60~70대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의 팔뚝을 덥석 잡았습니다. 그러고는 특유의 친절한 톤으로 상황극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 액정 필름 공짜로 싹 갈아드릴게! 일단 매장 들어와서 시원~하게 커피나 한잔해!!"
호객꾼은 아저씨를 매장 쪽으로 억지로 질질 끌어당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대낮 한복판에서, 호객꾼이 착해 보이는 아저씨를 물티슈랑 공짜 필름으로 낚아서 강제로 입장시키려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거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줄 알았던 아저씨가, 갑자기 당황한듯 팔을 뿌리치고는
"진짜 공짜 맞아요?" 하면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어도 되냐고 묻고 커피 말고 소주는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이 귀한 장면을 유심히 보았는데,
당당하던 호객꾼이 쎄한 느낌이 들었는지, 그는 꽉 잡고 있던 아저씨 팔뚝을 스르륵 놓더니, 잔뜩 쭈굴거리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하더라고요.
"아... 아니요 아버님, 저희 필름 재고가 다 떨어졌네요 ㅠㅠ"
그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매장 안으로 쏜살같이 도망쳐 버렸습니다 ㅋㅋㅋ 저는 호객꾼이 탈탈 털리는 뒷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초록불 바뀐 것도 까먹고 계속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는데, 비록 신호는 놓쳤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1열 직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