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혼란형 애착에 대한 간단한 개요와 대표적인 특징 두 가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또 다른 세부적인 특징 및 관계 초반에 혼란형을 알아볼 수 있는 레드 플래그, 변화의 의지가 있는 혼란형 애인과 함께 성장하는 법, 자신이 혼란형 애착을 가진 경우 어떻게 안정형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지 등을 앞으로 차차 다뤄보겠다는 예고를 드렸었죠? 오늘은 혼란형 애착의 세부적인 특징을 먼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전제해야 할 것은 혼란형은 불안형과 회피형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친밀한 관계를 원치 않고 가벼운 관계만을 추구하는 회피형도 아니고, 서로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완전한 밀착 관계만을 추구하는 불안형도 아닌,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만 동시에 친밀해지면 두려움이 밀려와서 도망치는 굉장히 모순적인 유형입니다. 이것을 잘 인지한 채로 특징을 살펴본다면 더욱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거절(거부)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
: 이 두려움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데이트 신청을 하지도, 심지어 고백을 하지도 않는 편입니다. 썸을 탈 때에도 굉장히 애매한 태도로 상대를 대하죠. 관계에 대해 섣불리 정의를 내리려다가 거절을 당할까봐 겁을 내기도 하고, 사귀기도 전부터 헤어짐을 미리 걱정하기도 합니다.
2. 일관적이지 않은 태도
: 누군가는 '밀당'이라고 합리화 혹은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1번에서 다룬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나오는 본능 같은 것입니다. 어느 날은 미치도록 열정적이었다가, 어느 날은 한없이 냉담하고.. 하루종일 연락하다가 다음날은 갑자기 잠수를 타기도 합니다.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 유기불안(버림 받음에 대한 두려움)이 작동하여 '상대가 나를 멀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를 밀어내자'는 생각으로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3. 낮은 자존감(=부정적인 자아상)
: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 사랑 받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기에는 늘 부족한 존재이며, 사랑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불안형 애착 유형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사랑을 시험(test)하려고 하거나, 좀 더 소극적인 타입일 경우 그마저도 하지 못한 채 혼자 거리를 둡니다. 또한 기본적인 인간관, 인생관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간은 원래 믿을만하지 못하다.'거나, '인생은 원래 혼자 사는 것, 외로운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상대가 아무리 잘해주고 사랑을 많이 표현한다고한들 '결국은 버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외적인 요소 및 자기관리에 집착
: 앞서 말했듯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어서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완벽한 자기관리를 통해 상대방에게 거절당할 빌미를 주지 않고자 하는 편입니다. 특히 외모, 경제력 등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것이 제일 직접적으로 어필되는 것들이니까요. 또한, 자신을 철저히 통제 및 관리함으로써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관계로부터 오는 불안을 잠재우고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합니다. 상대에게 최대한 휘둘리지 않으려는 노력인 거죠.
5. 감정 조절의 어려움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죠? 혼란형도 마찬가지입니다. 멀리서 보면 괜찮은 사람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덜 자란 아이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조절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또 관계 속에서 늘 내면이 불안하기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습니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 감정의 조절이 잘 되지 않아요. 평소 사회생활을 하면서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관계에서는 모든 것을 꾹꾹 눌러 참다가, 애착이 형성된 관계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을 다 쏟아내기 때문에 상대방은 괴로워 미칩니다. 그리고 상대가 그런 것을 지적하면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생각하거나 토로하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회피형의 특징과 불안형의 특징 두 가지가 혼재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아예 모른 체하고 스스로조차 속이며 덮어버리거나 상대에게 말하지 않고 회피하던지 / 상대방의 관심•애정•도움을 갈구하고자 오히려 과하게 폭발시키던지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과하게 폭발시킨다는 건 단순히 감정적 폭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을 걱정시킬만한 "죽고 싶어." 등의 과격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던가,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던가, 다혈질적인 면모, 상대에 대한 과한 집착, 스킨십에 대한 과도한 욕구 등도 모두 포함됩니다. 특별히 재밌는 점은 포옹과 같이 정서적 안정감과 교감을 나누는 스킨쉽보다 즉각적인 쾌락과 도파민을 제공하는 키스를 더 선호한다는 점인데요, 이는 상대적으로 키스가 포옹보다 정서적 교감에 대한 부담은 줄이면서도 훨씬 강렬한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키스라는 행위는 엄청난 친밀함이 있어야 가능한 행위이지만 동시에 포옹처럼 '안식'이나 '보호'를 상징하진 않기 때문에 정서적 부담이 덜한 것이죠. 그러니 만약 상대가 포옹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시도때도 없이 키스를 시도한다면 혼란형 애착을 의심해보세요!)
6. 부족한 문제 해결 능력
: 5번에서 다룬 것처럼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 또한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고 해소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 속에 건강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소화시키기보다는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약물•과식•폭식 혹은 기타 다른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이별 후에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애착유형이 혼란형 애착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안정형 애착을 가진, 정서가 건강한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별 이야기를 터놓으며 여러 다른 사회적 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감정을 털어내기도 하고, 감정 일기를 쓰고 이별 노래를 찾아 듣고 산책이나 운동을 하고 새로운 취미나 공부를 시작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이별 후의 슬픔을 곱씹으며 충분히 소화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이 다소 건강하고,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데에 반해 혼란형 애착은 관계 속에서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술이나 게임, 다른 의존할만한 것들로 도피하는 경향이 큽니다.)
7. 만성적 불안감과 우울감
: 보통 어린 시절 정서적 방관 또는 정서적 학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해 형성되기 때문에 만성적인 불안감과 우울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고방식도 남들보다 좀 더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요. 지레 걱정도 많이 합니다. 한 편으로는 소속되고 싶어하고, 또 사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지만(사실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랑 받고 싶어한다'가 더 정확한 표현 같네요) 또 한 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기거나, 자신의 삶 속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거의 모든 사람에게 거절 당할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렇듯 상반된 생각이 매일 내면에서 충돌하다보니, 불안정함에 거의 계속 노출 될 수 밖에 없겠죠.
8. 스트레스로 인한 과긴장 상태
: 7번에서 다룬 것과 같은 맥락으로, 늘 불안정함에 노출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과도하고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합니다. 또한 감정 조절이 어려운데, 사회 생활을 해야 하잖아요? 내면은 아직 사랑 받고 싶은, 버림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덜 자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어른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남들보다 몇 배로 큽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애착을 형성한 상대 앞에서는 무장 해제되는 경향이 있어요. 나름 안전기지라고 느끼는 거죠. 그게 상대에게도 마냥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요.
오늘은 여기까지! 혼란형(공포-회피형) 애착 유형의 세부적인 특징을 조금 다뤄보았습니다. 사실 더 다루자면 더 다룰 수 있는데요, 뭐든지 사람 바이 사람이니까 꽤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특징 위주로만 다뤄보았습니다! 혼란형을 먼저 다뤄서, 나중에 회피형이나 불안형을 다룰 때에 좀 더 쉽고 재밌고 이해가 수월할 것 같네요ㅎㅎㅎ 마지막으로,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블로그에서 본 문장인데 공유하고 싶어서 써봅니다.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대개 지성이 떨어져요.
지성은 지능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
적극적 사고의 힘이에요." - 정신과의사 전미경
이 말을 보면서 결국 낮은 자존감이 왜곡된 자기 인식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오해, 피해 의식이나 더 나아가 피해 망상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과 적극적인 사고를 가로막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한 자존감인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도 유익한 정보로 찾아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