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통의 본질을 역행하는 ‘무재고 위탁 판매(Dropshipping)’의 기만
상업의 본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단순 명료하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물품을 가장 저렴하고 신속하게 공급하여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 즉 물류의 효율적 이동을 통해 사회적 편익을 창출하는 것이 상인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시장, 특히 시계 업계를 중심으로 번지는 **무재고 위탁 판매(Dropshipping)**는 이러한 유통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시장 생태계를 좀먹고 있다.
이들의 행태는 유통의 혁신이 아니라 '기생'이다. 시계는 정밀한 공학의 산물이자 소장 가치를 지닌 물품으로, 상인이라면 마땅히 물량을 선점하여 재고를 확보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즉각 공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드랍쉬핑 업자들은 단 한 점의 실물도 보유하지 않은 채, 해외 플랫폼의 정보를 갈취하여 국내 소비자 앞에 늘어놓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야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리 구매를 진행하는 방식은 상인이 수행해야 할 '물류의 이동'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수법이다.
상인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핵심은 유통 경로를 단축하여 물건값을 낮추는 데 있다. 대량 매입과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것이 상인의 실질적 가치다. 그러나 무재고 위탁 판매자들은 아무런 물리적 기여 없이 중간에 끼어들어, 오직 자신의 마진을 위해 인위적인 가격 상승만을 초래한다. 특히 시계 시장에서 이들은 해외 직구 가격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얹어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를 기만하고, 시장 전체의 가격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계라는 품목의 특수성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이다. 정밀 기기인 시계는 철저한 검수와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다. 재고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 자들이 제품의 진위나 상태를 책임질 리 만무하다. 배송 사고나 결함이 발생하면 '중개자'라는 허울 뒤로 숨어 책임을 회피하며, 이는 결국 소비자의 피해와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땀 흘려 물류를 개선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정직한 상인들 틈에서, 이들 무재고 위탁 판매업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을 악용해 차액만 챙기는 바퀴벌레와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상인이 사회에서 무시받는 이유는 이처럼 실질적인 가치 창출 없이 중간에서 가로채기만 하는 자들 때문이다.
유통 시장의 건강성은 '누가 더 싸고 빠르게 물건을 공급하는가'라는 본연의 경쟁에서 나온다. 실체 없는 중개로 가격만 올리는 무재고 위탁 판매의 실상을 직시하고, 이를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상인의 명예는 현학적인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물건을 정직한 가격에 적재적소로 보급하는 그 실리적인 행동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