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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논하다. | 당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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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논하다.
[게시글 1] 칼 만드는 놈들의 시계, 빅토리녹스에 꽂힌 이유: 316L의 고집
안녕하세요. 요즘 뜬금없지만 빅토리녹스 얼라이언스(Alliance) 쿼츠 모델에 꽂혀 있습니다.
사실 시계 판에서 빅토리녹스는 역사가 짧고, 주로 쿼츠를 다루다 보니 명품의 우산 아래 묻어가는 중저가 브랜드로 치부되곤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엔 그랬습니다. "튼튼한 게 컨셉이면 이미 지샥(G-SHOCK)이 있는데, 굳이?"라는 생각이었죠. 이녹스(I.N.O.X) 같은 헤비한 모델을 살 바엔 지샥 상위 라인인 MT-G나 MR-G로 가는 게 기계적 완성도나 브랜드 정체성 면에서 훨씬 합리적이니까요.
하지만 제 마음을 움직인 건 그들의 '제강(製鋼) 능력'이었습니다. 빅토리녹스는 본래 멀티툴을 만들며 철을 다스려온 회사입니다. 제련과 열처리에 특화된 그들의 DNA는 시계 소재 선택에서도 타협이 없더군요.
입문급이나 패션 시계, 심지어 일부 콜라보 모델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부식에 취약한 304 스테인리스 스틸을 쓸 때, 빅토리녹스는 쿼츠 라인업인 얼라이언스에도 **316L(Low Carbon)**을 고수합니다. 의료용 메스를 벼리던 그 기술력으로 316L 강철의 엣지를 살리고, 유광과 무광의 경계를 칼같이 나누는 피니싱을 보면 이건 예술가의 영감이 아니라 숙련된 대장장이의 고집입니다.
50만 원 언더의 예산에서 제가 찾은 가치는 심장의 화려함이 아닙니다. 손목 위에서 서늘하게 빛나는 316L 강철의 밀도감, 그리고 쇠를 다루는 놈들이 제대로 제련해낸 그 '신뢰'입니다. 낮과 밤이 바뀐 제 일상 속에서, 이 견고한 쇳덩어리가 어떤 빛을 내줄지 기꺼이 기다려보려 합니다.
[게시글 2] 당신의 시계는 진짜 316L입니까? : 브랜드별 소재 공학의 실체
시계 동호회 여러분, 오늘은 우리가 흔히 '스테인리스 스틸'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시계 소재의 등급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금속학적으로 보면 브랜드의 급은 무브먼트 이전에 '쇠를 다루는 태도'에서 먼저 갈립니다.
1. 지샥(G-SHOCK): 튼튼함의 본질은 소재에서 온다
지샥은 'Toughness'가 생명인 만큼 소재에 가장 진심인 브랜드입니다.
GST(G-STEEL) 시리즈: 고가 라인이 아님에도 기본적으로 316L을 채택합니다. 땀과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툴 워치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이죠.
MT-G & MR-G: 위로 올라가면 316L에 DLC 표면 경화 처리를 더하거나, 아예 6-4 티타늄, 코바리온(COBARION) 같은 초고강도 합금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지샥에게 스틸 등급은 곧 생존의 문제입니다.
2. 316L을 고집하는 '근본 제강' 브랜드
빅토리녹스: 앞서 언급했듯, 멀티툴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 라인업에 316L을 투입합니다. 피니싱과 연마에서 느껴지는 정교함은 그들이 쇠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보여줍니다.
해밀턴, 미도(일부 상위 라인): 스와치 그룹 내에서도 미들레인지 급들은 316L을 명시하며 소재의 신뢰도를 확보합니다.
3.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말 뒤에 숨은 브랜드들
우리가 흔히 아는 100만 원대 미만 브랜드 중에는 의외로 316L이 아닌 304 또는 301 계열을 섞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이코(프레사지 등), 시티즌 입문급: 상세 스펙에 316L을 명시하지 않고 단순히 'SS'라고만 적힌 모델들은 가공이 쉽고 저렴한 일반 스틸일 확률이 높습니다. 땀이 많은 여름철에 미세 부식이 생기는 주범이죠.
타이맥스 및 패션 브랜드: 단가를 낮추기 위해 소재 등급을 낮추는 대표적인 구간입니다. 배나(BANAN) 콜라보 같은 모델들도 디자인은 훌륭하나 소재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입니다.
결국 시계를 고른다는 건 그 시계를 감싸고 있는 강철의 등급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브먼트의 오차보다 소재의 부식을 더 참을 수 없는 분들이라면, 브랜드가 어떤 제강 철학을 가졌는지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손목 위 강철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