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분들과 소통하다 보면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문장력' 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건데요, 글을 쓰다 보면 문장이 늘 비슷해서 내 글에 특색이 없어지는 경험 다들 해보셨죠?
이럴 때에는 '많이 읽는 것' 도 중요하지만, 사실 제가 가장 먼저 권하는 처방전은 바로 '필사(筆寫)'입니다.
오늘은 최근 화제가 된 소설들의 실제 문장을 함께 보면서 왜 우리가 이 문장들을 손으로 직접 한 글자씩 꾹꾹 눌러써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1. 눈으로 볼 땐 몰랐던 '문장의 설계도'가 보입니다
눈으로 독서를 할 때는 대개 '스토리'를 따라갑니다. 문장이 얼마나 정교하게 짜였는지 보다는 어떻게 설계했고, 어떤 장치가 있는지 신경쓰기 마련이죠. 하지만 손으로 쓰기 시작하면 문장의 속도가 강제로 느려지며 작가의 설계도가 보입니다.
이 문장을 그냥 읽으면 '눈이 오고 바다가 검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직접 필사를 해보면 '두껍게 낀 성에', '성긴 눈발', '낮고 무거운 하늘', '검고 잔잔한 바다' 같은 단어들이 어떻게 조합되어 단 두 문장 만에 인물의 쓸쓸하고 시린 심상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축하는지 손끝으로 배우게 돼요. 정말 흔치 않은 표현들입니다.
2. 세련된 '감정의 호흡'이 내 뇌에 동기화됩니다.
글을 쓸 때 매번 비슷한 어휘만 반복되거나 감정 표현이 뻔하다면, 아직 나만의 문장특색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건 간단히 "나는 그때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었다"라는 말이에요ㅋㅋ 그런데 직설적으로 쓰는 대신, 최은영 작가는 '기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영혼을 갉아먹는다',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는 생동감 있는 동사를 붙여 표현합니다. 이런 세련된 감정의 호흡을 필사하다 보면, 어느새 내 글을 쓸 때도 은유적이고 깊이 있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게 됩니다.
3. 독자를 사로잡는 '세계관 묘사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장르문학이나 웹소설을 지망하시는 분들이라면, 필사가 더욱 중요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독자를 단숨에 내 글 속 세계로 초대하는 흡인력이 절실하기 때문이에요.
판타지 세계관을 설명할 때 빽빽한 설정을 들이미는 순간 독자는 지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마을', '고목처럼 깊고 아늑한 냄새'라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묘사로 세계관을 아주 친절하고 매력적으로 전달하죠. 이 도입부 연출력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필사입니다.
마지막으로! 필사도 더 좋은 '방식' 이 있어요.
1. 손글씨로 하세요. 손을 움직일 때 뇌의 언어 영역이 훨씬 강하게 자극됩니다.
2. '한 단락'만 써도 돼요. 문장을 눈으로 한 번에 읽고, 책을 덮은 뒤 내 기억력과 호흡으로 공책에 옮겨 적어보세요.
3. 목표에 맞는 책을 선택하세요. 묵직하고 탄탄한 문장력을 기르고 싶다면 순수문학을, 트렌디한 구성과 몰입감을 배우고 싶다면 베스트셀러 힐링/장르 소설을 선택해 보세요.
저는 취미 작가는 필력을 타고날 수 있지만, 프로 작가는 필력을 '훈련'으로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이 문장은 꼭 필사해 보고 싶다!" 했던 부분이나 추천할 책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