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남편 때문에, 결혼 5년 만에 이혼 서류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연애할 때는 부모님께 사근사근 잘하는 효자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결혼하면 제게도 올 줄 알았죠.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남편에게는 '본가 가족'이 무조건 1순위이고, 저와의 가정을 지키는 건 늘 뒷전입니다.
시댁에 작은 일만 생겨도 남편은 주말 계획이든 뭐든 다 취소하고 달려갑니다. 시어머니가 툭 던진 서운하다는 말 한마디에 안절부절못하며 저를 들볶습니다. "우리 엄마 고생 많이 하신 분이잖아. 당신이 조금만 맞춰주면 안 돼?"라는 말이 남편의 18번입니다.
지난달 제 생일날, 몇 달 전부터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시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조카가 갑자기 열이 나는데 형부가 출장 중이라 병원에 같이 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남편은 제 얼굴은 보지도 않고 일어서며 "미안, 애가 아프다잖아. 생일 밥은 다음에 먹자" 하고 가버렸습니다.
그날 혼자 식당에 앉아 케이크를 바라보며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 인생에서 나는 평생 시댁 식구들 다음인 '소모품' 같은 존재겠구나. 남편은 자기가 좋은 아들이자 좋은 삼촌이라 뿌듯해하겠지만, 피눈물 흘리는 아내의 자리는 보이지 않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