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잘 지내시나요?
거의 평생을 만지작 거렸던 우연을 꺼내 봅니다
일주일 여행을 머물 조용한 바닷가를 찾다
그 여정의 첫 기착지로 했읍니다.
1974년 초 겨울이었으니 참으로 오래되었네요.
52년이네요.
몇번의 만남과 편지교환을하던 어느 날.
불현듯 보고싶다는 충동에
약속도없이
어느 남고등학교 사택이라는 주소만 가지고찾았었고
그리고 여릿여릿 학교교문근처에 도착했을때
학교 정문어귀 골목에서
어린동생 손을 잡고오던 그대와 마주쳐
서로깜짝 놀란기억이 떠오릅니다
생각을할때마다
우연도 그런 우연이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마주칠 수 있었을까
운명이라해도 무난했던 인연을
저의 소홀함으로 인해 점점 연락은 두절되고
.........
이렇게 오랜동안 남을 추억이었더라면
지금 마음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때
그때를.....
함께걷던 남산길
진눈깨비내리던 부산행 시외버스 터미날 등등
끝내 닿을 수없는 저 먼 별처럼
아련하게 남은그러나 선명한 흔적들
소풍끝낼 날이 저 만큼인
오랜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주"라는 단어는
항상 그때로 돌아가 그리웠던 순간으로
그대와 함께 떠올라
기억속에 화석처럼 각인되어 뚜렷이 남아
있었읍니다.
그리고
그저 잊고 지내다
얼마간의 해외생활로 인한
늦은 군 생활 중
근무처인 방송실 앞에서
갓 배치받아온 신병과 대화하다
그대가 살던 남학교 출신이라는 소리에
스치듯 스쳐온 그대
아직 거기에 라기에
그 몇년만에 안녕하시냐고 한 소식에
그대는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사랑해주는 사람이있어 행복하다는 소식을 주었고
그리고
시간은 너무흘러 각자의 삶으로 흘러가고
다시 10년가량의 해외생활 후
참으로 낯선 인천이란 도시에 살면서도
경주란 단어만 나오면 항상 그대가 떠올라
안녕하시기를 바랬읍니다.
언젠가 딱 한번 고객부부와의 대화중에
아내분이 그 학교 출신이라기에 가만히 그대를 비추니
화들짝 놀라며
"그 언니를 어떻게 아세요?"
다시 끄집어 내어지고
그렇듯 그대는 순수했던
그리고 그리웠던 학창시절의 화양연화로 남아
어느 순간마다 다시 추억하게 했읍니다.
고맙습니다. 그대여
그대는 생의 아주작은 찰라의 부분이라
기억조차 없을지 몰라도
저에겐 평생의 추억으로 남아
참으로 찬란했던 시절의인연으로 추억하게 해주어
지극한 고마움을 가지고 갈것같읍니다
그래서 오늘
기억속에 멈춰있는 그 날을 찾아
그때의 어느 날처럼 그 곳을 찾아봅니다.
당시를 살았던 분들이라면
남고등학교 사택의 여고생인 그대를
이도시에서는 금방 기억할거고
여기 며칠 머무를 예정이라
어쩌면 마주칠 수있는 계기가 있거나
수소문해서 멀리서나마 볼수있다면
옛날 전해온 사진속의 그대처럼
그 맑고 단아했던 그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길 바라는 바램으로
그저 "안녕하시지요. 꼭 한번 보고싶었읍니다."
라고 말 전해드리고싶고
그리고 이 짙은 그리움을 ,하나쯤은
가슴속에 지니고 살게해주신 그대에게
고마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로인해
안온하게 지내오신 그대의 계절에
생채기가 될까 염려됩니다.
부디 건강히 안녕하시고 행복을 빕니다.
그대여..
52년이 훌쩍지난 2026년 3월의 어느날
문화고등학교 앞에서...
아련히 남은 빛바랜 시간의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