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당근이 물건만 거래하는 곳인 줄만 알았는데, 편지 모임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사실 저는 좋아하는 연예인 카페가 생겨도 잘 안 들어가는 사람인데, ‘편지 모임’이라는 말이 너무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잘 부탁드려요. 자주 오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생각날 때마다 조용히 들러볼게요.
어쩌면 이 글이 저를 홍보하는 글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한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200번 넘게 건네던 사람이었어요. 온라인에서 친구를 사귀어 보고 싶었는데 막상 먼저 말을 거는 건 너무 무섭고 용기가 안 나서, 1:1 대화방을 열어두고 그 사람의 고민을 듣고 대신 편지를 써주기 시작했어요. 그게 중학교 2학년 때였는데, 벌써 두 번의 해가 지나고 저는 이제 예비 고등학생이 되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는 사랑도, 관심도 너무 필요했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제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날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이름도 안 쓰고 날짜만 적어서 편지를 줬어요. 내가 누군지 모르게 하고 싶기도 했고, 조금은 숨고 싶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제 이름을 적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정말 숨 쉬듯이 편지를 쓰던 날들도 있었어요.
그 시절의 편지에는 항상 제 얘기가 조금씩 섞여 있었어요. 나는 이랬고, 사실은 많이 힘들었고, 그래서 너는 나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너는 나보다 더 멋진 사람이라고 말해주면서, 그 말을 사실은 저한테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그때 처음 알았어요.
편지를 쓰는 시간이 생각보다 나를 많이 살려준다는 걸요.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그 사람의 하루를 상상하고, 그 사람에게 제일 어울릴 것 같은 말을 고르려고 가만히 앉아 있는 그 시간이요, 그게 이상하게 제 마음을 제일 조용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복잡하게 엉켜 있던 생각들이 그 순간만큼은 잠깐 멈추고, 나는 왜 이렇게 힘든지,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지 같은 생각들 대신에 “이 사람한테는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게, 저한테는 작은 숨통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날은 편지를 쓰다가 울고, 어떤 날은 편지를 쓰다가 웃었어요.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쓴 문장이, 어느 순간에는 저를 그대로 안아주는 문장이 되기도 했고요. “괜찮아”라고 적어 내려가다가, 그 말이 제일 먼저 제 마음에 닿아서 괜찮아지고 싶어지기도 했어요.
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그 사람 한 명만을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게 저는 참 좋았어요. 그 시간만큼은 비교도, 불안도, 자책도 잠깐 멀어지고, 그저 한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만 남는다는 게요. 그래서 저는 점점 알게 됐어요. 아, 내가 누군가를 위해 쓴다고 생각했던 이 편지들이 사실은 나를 버티게 해주고 있었구나,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요. 편지는 받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이 위로받는 거라고요.
처음에는 누군가를 위해 썼던 편지가, 지금은 저를 위해 쓰는 편지가 된 것 같기도 해요.
부모님이랑 사이가 나쁜 건 아닌데 “사랑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 나요. 근데 이상하게 편지에서는 존경, 감사, 예쁘다 이런 말들을 하나도 안 부끄럽게 쓸 수 있더라고요. 친구한테는 아직도 쑥스러워서 못 하는 말들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더 솔직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혹시 저처럼 마음속에 혼자만 알고 있는 어둠이 하나쯤 있다면, 익명으로라도 편지를 한번 써보셨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위해 쓴 문장이 결국 나를 살리는 문장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아마 버섯님 인스타 계정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해왔던 것들이
이렇게 실제로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요즘 손편지라는 게 정말 귀한데,
그걸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건넨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낭만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도 언젠가는
버섯님처럼 그런 편지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것들이 유행처럼 번져서
정말 아무랗지 않게 손편지를 주고 받을 때를 기다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2026.02.23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
강민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