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호 아버지의 편지
정원아, 잘 지내지?
매년 이맘때면 이제 니 생각이 나는구나.
올해도 너 좋아하는 반찬들을 잔뜩 해 버렸지 뭐냐.
얼마 전 너희 둘이 헤어졌다는 이야기,
은호한테 들었다.
맛있게 먹어 줘서 늘 고마웠는데
전해 줄 길이 없구나.
인연이라는 게 끝까지 잘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는 않지.
사람의 마음도 삶도 변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
그래도 괜찮아. 괜찮단다.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항상 말해 주고 싶었단다.
나한테도 은호한테도 너는 참 귀한 사람이었어.
어떤 선택을 해도 어떤 삶을 살아도
정원이는 잘 해낼 거야. 알았지?
어디서든 밥은 꼭 잘 챙겨 먹어야 한다.
혹시 아저씨 반찬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늘 건강하고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