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도 못 받은 채
끝난 첫 만남 이후…
며칠을 그냥 보내다가
결국 제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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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혼자
그녀가 실습하던 제과점 앞까지 갔습니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어요.
들어갈까… 말까…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릅니다.
결국…
못 들어갔습니다.
용기가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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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나오게 해줄 수 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없어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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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가
마침 일찍 끝나는 날이라며
실습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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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녀 모습이…
첫날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멜빵 청바지가 아니라
무릎 아래로 살짝 내려오는 치마에
단정하고…
조용하고…
청아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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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아…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이미 마음이 더 깊이 들어가버린 걸
느껴버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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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버스정류장까지
딱 10분 같이 걸은 게 전부였습니다.
대화도 길지 않았고,
서로 어색한 공기만 흐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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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약속 있어서 먼저 갈게요”
그 말 한마디 남기고
때마침 원망스럽게 도착한 버스를
그녀는 그냥 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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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자리에 서서
버스가 멀어질 때까지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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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번호는 못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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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는
그녀와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놓친 채로…
연락 한 번 못 해본 채,
그 해를 그냥 보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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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2
세월이 흐른 지금,
아내와의 이야기를 이렇게 적으려니…
이상하게
아련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
오래된 상자 하나를 꺼내 열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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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는
나이 차이가 꽤 났던 우리 둘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서로 다른 점에 부딪히고
또 하나씩 이해해가며
오해를 풀어가던 시간들이 담긴,
서로 주고 받으며 써내려간 일기장 7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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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그 안의 시간은 그대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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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위에 쌓인 먼지를
천천히 털어내고…
저는
가장 처음 이야기가 시작된
첫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펼쳐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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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끝난 줄 알았던 인연을… 우연한 계기로 다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