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휴일이었어요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거실 소파에 누웠습니다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은 평화롭고 TV에서는 즐거운 예능프로그램을 켜놓고... 이런 고요한 여유로움 다들 아시죠?
저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정신없이 닌텐도 게임에 빠져 있었어요 제 머리맡에는 김치냉장고가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게임을 한창 즐기던 때였는데
누군가 제 시야를 자꾸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치냉장고 뒤쪽에서 누군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가, 제가 쳐다보려고 하면 휙 숨고... 다시 게임 화면으로 눈을 돌리면 또다시 시야 끝에서 검은 형체가 어른거리는 거예요
평소에 서로 장난을 많이 치는터라 당연히 동생인 줄 알았어요.
아, 진짜 그만해라 게임 중요한 순간이다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그런데도 장난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야를 가리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길래
결국 폭발한 제가 "아, 그만하라고 했다!!" 소리를 지르며 확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주변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상황 파악도 되기전에 작은 방에서 잠에 취해 갈라진 동생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언니... 나 찾는 거야? 밖에서 자꾸 누구랑 얘기해... 시끄러워 죽겠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습니다
아, 동생은 방에서 자고 있었구나. 그럼 지금까지 내 눈앞에서 고개를 내밀던 그건 대체 뭐였지?
너무 오싹했지만, 무서워하는 걸 들키면 정말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아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소리쳤습니다.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 봐. 얼른 더 자!"
찝찝한 마음을 누르며 다시 소파에 앉았습니다.무서워서 차마 다시 눕지는 못하고, TV 소리도 더 크게 키운 채 억지로 게임기에 시선을 고정했어요. 그래도 집에 혼자가 아니니 압도적인 무서움은 아니였죠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요. 갑자기 정적을 깨고 현관문에서 번호 키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삐-삐-삐-삐-'
부모님이 오실 시간이 아닌데 의아해하던 찰나,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동생이 헐떡거리며 뛰어 들어오는 겁니다.
"아, 진짜 짜증 나! 언니 내 지갑 못봤어?!"
동생은 제 앞을 지나 자기 방으로 급히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방금 밖에서 들어온 저 애가 내 동생이라면...
아까까지 방 안에서 나한테 시끄럽다고 짜증 냈던 '그것'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게임을 하던 내내 김치냉장고 뒤에서 나에게 장난치던건 뭐였을까요
그날 저는 지갑을 찾아 나가려던 동생을 붙잡고 상황을 설명했고, 저희 둘 다 소름 돋는다고 난리를 치며 곧장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부모님께 말씀 드리니 피곤해서 제대로 착각에 빠진것같다는데
너무 생생해서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