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너를 만나기 전의 나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너를 잃고 난 뒤의 나는 아직도 선명하다.
함께 웃었던 날보다 울었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떠오르는 건 행복했던 순간들뿐이다.
따뜻하게 잡아주던 손, 아무 의미 없이 주고받던 안부, 늦은 밤 들려오던 익숙한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사라졌는데도 기억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가끔은 헷갈린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던 걸까, 아니면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던 걸까.
사랑이었다면 왜 이렇게 쉽게 끝났을까. 사랑이 아니었다면 왜 이렇게 오래 아플까.
시간은 많은 것을 데려갔지만, 너를 떠올릴 때마다 스며드는 이 그리움만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이제는 너를 붙잡고 싶지도, 돌아오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가끔, 아주 가끔은 묻고 싶다.
그날의 우리는, 정말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서로의 외로움을 잠시 품어주었던 짧고 아름다운 계절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