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라는 영화.
뜨겁게 사랑했던 중년의 사람이
나이가 점차 어려져 결국 소년이 된
모습을 바라보던 회환 가득 섞인 여주인공 처럼.
뚱뚱했던 사람을 좋아했고
그 사람의 바닥난 자존감을 함께 극복하며
몇년을 사랑했던 중, 뜬금 삭센다와
위고비를 시작으로
마운자로가 유행하더니 결국 그걸 손에 넣더군요.
늘 함께 같이 먹었던 맛있는 음식도 결국 나만 먹고
함꼐 부딪히던 술 잔도 혼 술로.
신기하게 줄어드는 몸무게로 체중계 오르기를
설레여하는 모습이 점점 낯설었습니다.
마운자로의 단계가 높아질 때 마다 처음보단
더뎠지만 날이 갈수록 자신감은 더 붙었나 봐요.
급기야 오전 운동을 시작하더니
기존 빅사이즈 옷들을 뭉텅이로 당근에 내놓는 걸
봤어요. 이때 부터 씁쓸해지던..
같이 있어도 혼 밥에 혼 술은 당연했지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러 나갔던 모임들은
새벽까지 술을 처마시더라구요.
내 사람이 변했간단 푸념 조차 비출까봐
항상 애써 웃으며 그녀의 다이어트를 응원하는 척
표정관리 점점 버거웠습니다.
다이어트 두 달 만에 25키로가 빠졌고
그녀의 버킷리스트 바구니 속 제 취향의 공간은
까치발을 세우며 발디딜 공간을 찾아야 했죠.
짧은 옷과 쇄골이 드러나는 옷. 그게 분명
나를 위한다는 느낌 보단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타인에게 강조하고 싶다는 걸 알았어요.
"오빠 저기 자기 여친 지나간다ㅋㅋㅋ"
자기 보다 더 뚱뚱한 지나가는 여자를 보며
키득거리는 장난이 그날 따라 매우 씨게
긁혀버렸네요.
장난? 분명한 힐난 비웃음 그 이상의 것.
몇년 동안 만나며 처음으로 그녀를
죽일듯 노려봤습니다.
함께 수 없이 쌓아 온 겹겹의 추억들이 갈기갈기
허송세월 시간낭비 능멸 당하는 기분.
"그래 이걸로 끝"
평소라면 싸우고 며칠도 안 되어 전화며
문자며 찾아 오고 난리를 쳤을 사람이지만
그 사람도 마음을 굳혔나 봅니다.
구질구질 비루했던 자기 뚱뚱했던 몸뚱아리
진절머리 봉투에 나를 담아 묶어 던지네요.
그렇게 몇 년을 사랑했던 사람을
내 가슴에 산채로 매장을 시켰는데
분명 파묻은 건 그 사람인데
매일 내 숨이 막히는 꽤 독특한 자업자득 인과응보.
매일을 빌어 먹는 기분입니다.
공과금 몇 번 내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간다 생각하면서
금이 간 소줏잔 위치에 입술 닿지 않으려 하다 보면
겨우 거지같은 하루가 끝이 나고
쓰레기 같은 내일이 오네요.
제발 병신 같은 놈 만나라
ㅎㅎㅎㅎㅎ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