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정말 앞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그 시절엔 버틴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하루를 살아내는 일에만 정신이 쏠려 있었어요.
스물아홉 무렵 처음 장사를 시작했고,
그 뒤로 거의 10년 동안 쉼 없이 일만 했습니다.
남들 퇴근할 시간에 일을 시작하기도 했고,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살아온 날들이 더 많았네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제는 조금 숨을 돌려도 되겠다 싶던 순간,
어머니의 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결국 하던 일을 접고
병원과 집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수술이 끝났을 때는
이제는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가족에게도 암이 발견됐고,
이미 전이까지 진행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이제는 가족들 모두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면
삶의 대부분은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불안도 줄어들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이런 시간들을 겪고 나니
내가 그렇게 붙잡고 살아왔던 것들이
생각보다 너무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평생을 바쳐 모아도
결국 사람 한 사람의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더군요.
한 번의 결혼과 이별을 겪고 나니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예전 같은
마음은 잘 생기지 않습니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 어느 선 이상 가까워지지 않으려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사람을 만나도 어딘가 마음 한편이
비어 있는 느낌이 남아요.
딱히 불행하다고 말할 정도의 삶은 아닙니다.
먹고사는 걱정을 당장 하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하루를 보낼 정도의 여유는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예전보다 더 공허해졌습니다.
늦은 밤 불 꺼진 집에 혼자 앉아 있으면
이 시간이 잠시 쉬어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외로움의시작인지
가끔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괜찮을지,
언젠가 나 역시 혼자 아프게 되면 어떡할지,
지금 가진 것들로 남은 시간을 버틸 수는 있을지.
예전에는 막연했던 생각들이
이제는 괜히 조용한 밤마다 하나둘 떠오르네요.
그냥 어디 말할 곳은 없고,
가끔은 이렇게라도 마음 한편에 쌓인 생각들을
조용히 꺼내놓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