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구하기가 힘들다.
월세도 밀려 이제는 방을 빼야 할 처지까지 왔다.
월세는커녕 생활비조차 없다.
당장 일을 구해야 하는데,
그 ‘일’이라는 게 왜 이렇게도 잡히지 않는 걸까.
답답하다.
내 인생은 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구인 광고를 뒤적이던 중,
숙식이 제공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고씨네 과수원’
과수원이라… 몸을 쓰는 일이겠지.
망설일 처지가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린다.
따르르르릉—
찰칵.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구인 공고를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일은 언제부터 가능하세요?”
“바로 가능합니다.”
짧은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나는 곧바로 과수원으로 향했다.
위치는 서초구 양재동 근방이라고 했다.
양재동이면 꽃시장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과수원도 있었나?
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도착한 곳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과수원으로 걸어가던 중,
사과 박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사과 농사를 짓는 곳인 듯했다.
저 멀리 집이 보였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
내가 다가가자, 한 여자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아까 면접 보러 온다던 청년?”
“네, 안녕하세요.”
“면접은 따로 없고요. 숙식 하실 건가요?”
“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끼어들었다.
“사람도 부족한데 그냥 오늘부터 일하라 그래요.”
“그럴래요?”
“아… 네,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날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은 이랬다.
아까 나를 맞이했던 여자는 이곳 주인 아주머니였고,
옆에 있던 분들은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거래처에 나가 있었다고 했고,
나처럼 숙식을 하며 일하는 아저씨가 한 명 더 있었다.
상남자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거칠고 묵직한 인상의 사람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하루 일과가 끝났다.
“늦었으니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요. 짐은 주말에 가져오고.”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아주머니는 내가 쓸 방을 안내해 주었다.
방은 어딘가 대학생 자취방 같은 느낌이 났다.
주인 부부의 아들이 쓰던 방일까.
…딸 방을 주진 않았겠지.
괜히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피곤이 몰려왔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얼마나 잤을까.
잠이 깬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이 떠지지 않는다.
몸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가위에 눌린 건가?
그런데 분명 혼자 잤는데,
옆에 누군가가 있는 느낌이 든다.
나는 힘겹게 눈을 떴다.
흐릿하게 보이는 형체.
저건…
저건…
젊은—
여자…?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자,
내 옆에는 2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