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100점이 주어진다.그 점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삶의 가치였고, 미래였으며, 인간의 등급이었다.
아이가 아무리 100점을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부모의 점수 합산이 낮다면,그 아이는 낡고 위험한 지역에서 살아가게 된다.
반대로 부모의 점수가 높다면
깨끗한 거리와 안전한 집,
풍족한 환경 속에서 자란다.
세상은 언제나 점수로 움직인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는 날.
모든 인간은 부모와 분리된다.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자신의 점수에 맞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며, 일하고, 소비하고, 죽는다.
최대 점수는 100점.하지만 최소 점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번 떨어진 점수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실수 하나에도 사람들은 끝없이 추락했다.
길거리에 침을 뱉어도 감점.쓰레기를 버려도 감점.욕설, 폭행, 무단횡단, 세금 연체.인간의 모든 행동은 기록되었고, 점수로 환산되었다.
나의 점수 48점.
겉으로 보기엔 낮은 숫자였지만,이 시대에서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점수였다.
나는 D지역에 살고 있다.
중간 계층들이 모여 사는 구역.회색 건물들과 오래된 아파트,
끝없이 이어지는 출근 행렬.이곳 사람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채용 면접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력서도, 자기소개서도 필요 없다.
기업은 단 하나만 본다.
점수.
점수가 높으면 더 좋은 회사로.점수가 낮으면 위험하고 더러운 일자리로.
간단하고 잔인한 세상이었다.
그리고…
내 이름은 캐셔다.
스물여덟.
독립국 소속.
사람들은 나를 조용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여자.
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내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누명을 쓰고 F지역으로 끌려간 동생을 구하는 것.
한 번 F지역으로 떨어진 인간은 대부분 돌아오지 못한다.
그곳은 범죄자와 실패자,
사회에서 버려진 인간들이 모이는 최하층 구역.
정부는 재활 지역이라고 불렀지만,사람들은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지옥"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