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해가 떨어질 무렵에 명호는 암소를 앞세우고 마당에 들어선다. 안골산에 소를 먹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등에는 푸른 잎사귀가 청청한 칡넝쿨 한 무더기를 묶어서 등짐을 졌다. 토끼가 칡 잎사귀를 좋아한다. 다른 풀 보다 칡의 달짝한 맛을 토끼도 좋아하는가 보다. 따로 토끼 먹이를 준비하기 보다는 산에 올라간김에 칡넝쿨을 잘라온 것이다.
“배고픈데 어서 밥이나 먹지않고….
칡꽃은 뭐할라꼬 따고 있노?”
명호가 대청 마루 위에 올려놓은 칡넝쿨 가운데서 칡꽃을 따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 어머니가 물었다. 명호는 한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무이요! 이 칡꽃이 향기가 얼마나 좋은데요!
이거 내 방에 매달아 두려고요!“
”야야! 니는 가시나맨치로 꽃을 그래 좋아하노?
봄에는 진달래 꽃을 꺾어와서 집안을 어지럽히고, 가을에는 들국화를 꺾어와서 방안 단지 속에 꽂아뒀다가 밤에 단지를 엎어서 물바다를 만들고….“
명호는 칡꽃들을 가지런히 모으더니 지푸라기로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는 코를 가까이 대고 긴 숨을 쉬면서 향기를 한번 맡아본다.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 벤치 위에 심겨진 등나무 향기와 비슷한데 진하고 감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