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여름 완주_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 너무 한낮의 연애에 이은 세 번째 만남이었다.
‘리틀 포레스트’를 한 편 보고 난 뒤처럼,
조용히 배어드는 온기가 남았다.
물론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 사이에 놓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결은 다르지만,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어딘가 닮아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재능도, 극적인 성격도 아닌 열매.
그래서 더 쉽게 지나칠 수도 있었을 인물인데,
이상하게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자꾸 마음이 쓰인다.
열매뿐 아니라
완주라는 공간 안에 머물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다.
각자의 사정을 깊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이 품고 있는 시간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건 작가의 필력.
크게 요동치는 사건 없이도 이야기는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어느 순간
그들을 하나씩 조용히 응원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이 소설은 슬픔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그 곁에 다정함을 무심히 내려놓는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무언가를 극복했다기보다,
그저 함께 견디고, 함께 지나온 시간의 온도.
그 여름이 지나갈 즈음,
모두에게 조금 덜 외로운 마음이 남기를.
📍
-실행여부와 별개로 한 번쯤은 이런 조용한 곳에서 나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며 보내는 시간을 갖고싶다.
📌
-어떻게 안 되겠어요,는 묘한 말이었다. 친절과 호의에 대한 강제가 은은하게 밴 말이었으니까.
-두 발 달린 인간을 누가 말릴까.
-어른들도 실수하고 멍청한 짓도 하고 막막하고 그런 거야.
-감정은 관계의 잔존물이니까요.
-그렇게 자꾸 비교하면서 살면 결국 종착역도 안식도 평화도 없는 끝없이 피곤한 여행이 될 뿐이거든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
-삶과 죽음의 동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