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둘째 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원 리사이틀 관람
제1곡은 드뷔시의 전주곡 중
'아마빛 머리의 소녀'
인상주의 음악의 서막을 열었던 드뷔시의
작품으로 음악의 전통적인 조성에 균열을
내고 회화적 인상주의를 표현해야 한다.
손이 안풀렸는지,관객이 너무 적게와서
실망했는지 아마빛 머리의 소녀는 보이지
않는다. 밋밋한 연주다.
제2곡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개의 로망스 op.94
슈만은 그의 아내 클라라와의 사랑으로
더 유명하지만 음악적으로도 치열한 삶을
살았다. 당대의 수퍼스타 바그너와 반대편에서 자신이 믿는 클래식 음악을 수호하고 자
<다비드 동맹>을 통하여 음악 이론과 평론으로 자신의 음악론을 주장했다.
그의 불행은 우울증과 분열증이 점점
깊어졌다는 점에서 비극적이었다.
1854년2월, 라인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지만 어부들에게 발견되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왔음을 그도 알았을 것이다.
스스로 정신 병원에 들어가면서 슈만의
음악적 삶도 끝나버렸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슈만은 전쟁을 피해
가족과 시골로 들어갔지만 내면의 우울과
분열증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면서도
창작열은 최고조로 올라간 양가적인 시간을
보냈다. 낭만적 감정의 고양속에서 곧
다가올 무조성의 시대를 예감하는 조성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이 곡도 현대 음악
스페셜리스트인 김지원의 덕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
제3곡 윤이상의 <리나의 정원> 중
4. 옆집의 권투 선수
5. 작은 새
동백림 사건으로 '상처입은 용' 윤이상이
손녀 '리나'를 위해 작곡한 5개의 소품 중
4번과 5번 -개인적으로 이 곡이 오늘
최고의 연주였다. 텅 빈 객석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김지원을 향해 나는 브라보!
를 외쳤고 그녀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나의 응원의 외침은 단순한 응원이
라기보다 무반주 바이올린으로 불타오른
그녀의 보잉에 대한 경외심이었다.
4번. 옆집의 권투 선수에서 훅이나 스트레이트를 휘두르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김지연은 바이올린의 전통 문법에서는 금기하는
파열음이나 쉐도잉 풋스텝을 그리기 위한
미세한 움직임을 마이크로 수준에서 정밀하게 표현 했다. 바흐의 무반주 만 위대한 것이 아니었다.
5번 작은 새에서 어린 새가 지저귀며 날아오르는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눈 앞에 펼쳐졌다. 사랑하는 조국에 끝내 돌아가지 못한 채 지구 반대편 -손녀가 뛰노는 작은 정원안에 웅크린 '상처입은 용'은 새처럼 날아올라 이 땅에 오기를 바랬을 것이다.
아~그러나 대붕이 높이 멀리 날기위해서는
거대한 바람이 불어줘야 만 한다고 장주 莊周는 '소요유逍遙遊'에서 말했었지.
그는 고향 통영에 묻히기를 바랐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손녀 리나의 엄마이자 윤이상의 딸 윤정은
아트록 밴드 popol vuh에서 보컬로 노래한
적 있다.
15분의 인터미션 뒤
베토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F op.24는 '봄'이라는 표제 음악이다.
1악장 알레그로는 만물이 꽃피는 봄을 묘사하듯 화사한 선율로 청자의 귀를 사로 잡지만 이 곡의 진정한 백미는 2악장과 3악장 이다.
우리는 꽃피는 봄의 선율에 매혹되지만
이 곡을 쓸 당시 베토벤은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쓰기 바로 직전의
어두운 날들 속에 살았다.
작곡가로서 귀가 들리지 않는 청천벽력 속에
그는 스스로 제 삶을 끝내기 위해 유서를
썼지만 끝내 제 삶을 거두지 않았다.
해야할 소명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운명이 도둑처럼 제 삶에 침입
해 들어 올 때 나약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포니 5번 <운명>의 첫 소절 처럼
'운명이 광포하게 문을 두드릴 때 그는
피하지 않고 운명에 항거했다.
그러나 그 항거는 거대한 외침 이라기보다
얼어붙은 땅 밑에 말라버린 한 줄 씨앗의
위태로운 생명의 소리였다.
겨우내 언 땅을 뚫고 나온 씨앗 만이 새로운 세상을 볼 권리를 획득하듯이 베토벤은 귀머거리 라는 비난과 주위의 수근거림 속에도 차갑게 굳은 땅에 파열음을 내며 연약한
꽃씨를 지상위로 밀어올리는 생명 획득의
장면을 2악장과 3악장에서 표현한 것이리라.
오늘 처음 알게된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원은
현대 음악 스페셜리스트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공부했다.수줍어하는 그녀의 희미한 미소 뒤에 숨은 그녀의 바이올린을 듣는 내내 행복했다
https://youtu.be/fVex6J8JUuc?si=wuwFP6A7fq40cm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