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원작:요시다 슈이치
감독:이상일
출연: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와타나베 켄
러닝 타임 175분이라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으로 30년만에1200만 관객을
기록했다는 영화 <국보>를 보고 왔습니다
주인공 키쿠오의 인생을 일거에 바꿔버린
사건ㅡ아버지가 상대 조직원들의 급습을
받고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은 이 영화의 본질을 보여 주는 사건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새하얀 눈위에 강낭콩 보다 붉은 피를 흘리는 키쿠오의 아버지가 기모노를 입은 모습으로 등에 문신을 한채 오른 손에는 새파랗게 날이 선 장도가 울고 있던 그 장면.
가부키의 명인 한지로의 집에 기탁하며
온나가타(여성을 연기하는 남자 배우)가
되어 남녀상열지사와 치정이 펼쳐지는
무대에 선 키쿠오
배우들의 화려한복장과 흰색으로 덧 씌운
화장(눈위에 뿌려진 붉은 피),악대들의 음악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미학 ㅡ 일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영화 속 키쿠오가 악전고투 끝에 가부키의
최고 등급인 '국보'에 오른 후 인터뷰에서
가부키라는 예술을 통해 무엇을 추구했나?고 기자가 묻자 키쿠오는
"어떤 풍경을 보고 싶었다"
고 대답하지만 그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답하고 자리를 떠나죠
당뇨로 인해 다리를 절단한 슌스케가
합병증으로 떠나고 홀로 남은 키쿠오는
오직 가부키 무대에 탐닉하며 가부키 미학의
절정을 향해 매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키쿠오는 예의 어떤 풍경과
단독자로 마주 합니다
환호하는 관객의 갈채를 뒤로 빛 사이로
비치는 먼지의 반짝임을 보며 들릴듯 말듯
독백하죠
'아름답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곧 죽는다는 말에
제 자신도 죽음으로 함께 할것이라는
비장미!
그것은 나쓰메 소세키가 소설 <마음>에서
자결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어떤 아름다움
으로 그린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장엄한 죽음의 미학
그러나 저는 영화에서 늙은 국보로 등장하는
오노가와 만키쿠가 은퇴 후 아흔의 나이로
누추한 여관방에 쓸쓸히 누워 키쿠오에게
했던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여관을 방문한 키쿠오를 곁에 부른 뒤
힘없이 말하죠
"여기는 아름다운 거라곤 하나도 없지?
그렇지만 우리는 계속 춤춰야해
누추함 속에서도 춤추는것이 우리의
숙명이야"
전성기 국보 만키쿠의 지난 날은
장엄하고 화려한 온나가타의 삶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눈 앞에 둔 늙은 예술가의
시선은 화려하고 비장미 넘치는
죽음을 각오한 삶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햇빛조차 들지 않는 누추한 여관방의 삶에도
우리는 춤을 추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들려
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
관객의 터지는 함성 속에 허공을 바라보며
독백처럼 '아름답구나'라고 욾조린 키쿠오가
누추한 여관방에서 죽었을 만키쿠의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노래와 춤과 기예를 뜻하는 가부키의
본디 말은 '가부쿠'인데 이 말은
평범하지 않다,치우치다,색다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치우친 아름다움은 때로 매력적일 수
있지만 그 치우침이 누추한 곳을 살피지
않을 때, 아름다움은 그 만큼 색이 바래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