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마신 술자리여서 그랬는지
3시가 넘어서야 자리를 파하고 집에 와
잠들었는데 어김없이 일찍 깨고 말았다.
잠이 모자라 지친 몸으로 영화의 전당에
갔다. 어두운 곳에서 좀 잘 수 있겠다는
속셈도 있었지만 영화가 시작 되자
잠들 수 없었다.
페르난도 트루에바/하비에르 마리스칼
감독의 2023년 작
<그들이 피아니스트를 쐈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원래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고 한다)
1976년 3월의 어느 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브라질 피아니스트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을 쫓다보면
보사노바 재즈의 역사 속에 비친 라틴 아메리카의 비극적인 현대사와 마주한다.
당시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암묵 속에
민주 정부를 무력으로 찬탈하는 폭력의
시대였다.
1973년 9월 칠레의 피노체트 군부는
아옌데 대통령을죽이고 곧 바로 수 많은
민주 인사와 시민들을 학살 했는데 이 때
칠레 최고의 뮤지션 빅토르 하라도 몸에
수십발의 총알을 맞고, 온 몸의 뼈가 부서
진 채 발견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브라질 재즈 피아니스트
테노리우의 죽음 역시 이사벨 페론 정부 말기 군부에 의해 납치 된 후 총살 당한 것인데
새벽 3시 머물던 호텔 근처에 샌드위치를
사러 나갔다가 납치되었다.
그의 머리가 길고, 주머니에 뮤지션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공산주의자, 빨갱이
로 몬 것이다. 빅토르 하라가 그랬건 것 처럼.
테노리우는 정치와 무관 했다.
그는 빌 에반스의 피아노를 사랑했고
동 시대 브라질의 뮤지션들이 경외심을
느끼는 탁월한 재즈 뮤지션이었다.
그를 사랑했던 브라질의 동료 뮤지션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주앙 지우베르투
가에타노 벨로주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밀튼 나시멘토
지우베르투 질
같은 선후배 동료들은 그의 급작스런
실종을 진심으로 우려했다.
테노리우의 활동 시기는 브라질 전통의
삼바에 미국 쿨 재즈의 세련된 화성이
입혀지면서 보사노바 재즈가 등장하는 때와
맞물린다.
1962년 주앙 지우베르투를 비롯한
브라질 뮤지션들의 카네기 홀 공연을
기점으로 미국 재즈는 보사노바 재즈의
열풍에 휩싸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1960년이 되자
오넷 콜먼,존 콜트레인,세실 테일러 등이
프리 재즈의 문을 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들은 프리 재즈의 난해함 대신
보사노바의 세련미에 호응했다.
그러나 보사노바의 열풍 이면에는 탐욕적인
돈 문제와 갈등이 악취를 풍기기도 했다.
재즈 앨범 역사상 최초로 1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Gets/Gilberto>앨범에
참여한 주앙 지우베르투는 세션료로 겨우 120달러만을 받았을 뿐 ,그 어떤 로얄티도 인정 받지 못했다. 함께 연주한 색소폰 주자
스탄 게츠는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웠으며
주앙 지우베르투의 아내 아스트러드 지우베르투와 바람을 피워 두 사람을 파경으로
몰아넣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 테노리우는
보사노바 재즈를 혁신하며 당대의 최고
뮤지션으로 널리 인정 받았다.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재즈 뮤지션을 선택한 그의 삶은 풍족하지
못했지만 네 명의 아이들을 낳았고(막내
아이를 테노리우는 보지 못했다)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1976년 3월 18일 밤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샌드위치를 사러 호텔 밖으로 나갔다가
군부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어 감금된 후
이튿 날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이다.
당시 실종된 테노리우에 대한 뉴스가
테레비에 방송 되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의 죽음을 감췄고 거짓말 했다.
그의 목숨을 앗아간 납치와 감금은
<콘도르 작전>이라고 불리는 국가
테러 기획의 일환이었는데 당시 아르헨
티나 와 브라질,우루과이,칠레 등의 군부
폭력 정권들은 민주 인사들을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데 상호 협력하거나 묵인 했고
그 비밀 커넥션이 바로 <콘도르 작전>이었다.
이 비극의 악랄함은 아무 잘못도 없는
브라질의 한 천재적인 뮤지션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을 뿐만 아니라최근 그 일이 국가에 의해 자행된 사실로 밝혀 졌음에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피의 폭력과 광란속에 국가연합의 테러에
의해 희생된 재즈 피아니스트 프란시스코 테노리우 주니오르 (1940~1976)
그의 상한 육신과 영혼을 위로 하며
그가 살아서 남긴 유일한 리더작
<embalo>에 카드리지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