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음악 다방>
음악과 생활 이야기로 수다 떠는
사랑방입니다
*매월 3째 주 토요일 저녁 6시
DJ가 진행하는
<토요 음악회>가 열립니다
신청곡과 사연도 소개합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부산시 수영구
음악
아톰/남
인증 30회 · 2개월 전
43년 전 어느 젊은 시인의 독백
삼월 초 하루 삭풍의 겨울비가
내 몸을 침입해 들어왔을 때
내 체온은 불 뺀지 석삼년은 될듯한
냉골이었다.
불구덩이 속에 갇힌 몸은 연두부 처럼
흐물거렸고 젖은 속옷에서는 소금기
절은 바다 냄새가 났다.
연신 기침을 해대며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고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니
멀리 있는 숲이 그 며칠 내 몸을 절여
놓았던 소금기 밴 바닷물 같다.
몸이 쇠약해지면 욕심이 사그라들고
마음이 순해진다. 다시는 강해지지
말아야지.
43년 전 젊은 시인 황지우는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沿革 황지우(黃芝雨)
섣달 스무 아흐레 어머니는 시루떡을 던져 앞바다의 흩어진 물결들을 달래었습니다. 이튿날내내 청태(靑苔)밭 가득히 찬비가 몰려왔습니다. 저희는 우기(雨期)의 처마 밑을 바라볼 뿐 가난은 저희의 어떤 관례와도 같았습니다. 만조(滿潮)를 이룬 저의 가슴이 무장무장 숨가빠하면서 무명옷이 젖은 저희 일가(一家)의 심한 살냄새를 맡았습니다. 빠른 물살들이 토방문(土房門)을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저희는 낮은 연안(沿岸)에 남아 있었습니다.
모든 근경(近景)에서 이름 없이 섬들이 멀어지고 늦게 떠난 목선(木船)들이 그 사이에 오락가락했습니다. 저는 바다로 가는 대신 뒤안 장독의 작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었습니다. 빈 항아리마다 저의 아버님이 떠나신 솔섬 새울음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물 건너 어느 계곡이 깊어가는지 차라리 귀를 막으면 남만(南灣)의 멀어져가는 섬들이 세차게 울고울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붙들었고 내지(內地)에는 다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럴수록 근시(近視)의 겨울 바다는 눈부신 저의 눈시울에서 여위어갔습니다. 아버님이 끌려가신 날도 나루터 물결이 저렇듯 잠잠했습니다. 물가에 서면 가끔 지친 물새떼가 저의 어지러운 무릎까지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느 외딴 물나라에서 흘러들어온 흰 상여꽃을 보는 듯했습니다. 꽃 속이너무나 환하여 저는 빨리 잠들고 싶었습니다. 언뜻언뜻 어머니가 잠든 태몽(胎夢)중에 아버님이 드나드시는 것이 보였고 저는 석화(石花)밭을 넘어가 인광(燐光)의 밤바다에 몰래 그물을 넣었습니다. 아버님을 태운 상여꽃이 끝없이 끝없이 새벽물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삭망(朔望)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러나 바람 속은 저의 사후(死後)처럼 더 이상 바람 소리가 나지 않고 목선(木船)들이 빈 채로 돌아왔습니다. 해초 냄새를 피하여 새들이 저의 무릎에서 뭍으로 날아갔습니다. 물가 사람들은 머리띠의 흰 천을 따라 내지(內地)로 가고 여인들은 환생(還生)을 위해 저 우기(雨期)의 청태(靑苔)밭 넘어 재배삼배(再拜三拜) 흰떡을 던졌습니다. 저는 괴로워하는 바다의 내심(內心)으로 내려가 땅에 붙어 괴로워하는 모든 물풀들을 뜯어 올렸습니다.
내륙(內陸)에 어느 나라가 망하고 그 대신 자욱한 앞바다에 때아닌 배추꽃들이 떠올랐습니다. 먼 훗날 제가 그물을 내린 자궁(子宮)에서 인광(燐光)의 항아리를 건져올 사람은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