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깊은 영감을 준 화가는 프랑스의 소박한 원시주의 화가인 Anselme Boix-Vives이다. 그는 미술사에서 널리 알려진 거장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누구보다 강렬한 울림을 남긴 작가다.
그는 평생을 농부로 살아왔다. 화가가 되기 위해 학교에서 그림을 배운 적도,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꿈꾼 적도 없었다. 63세가 되던 해, 아들의 권유로 집 건너편 문을 닫은 페인트 가게에서 물감을 얻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7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약 2,400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70세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 짧은 창작의 시간은 오히려 전설처럼 남았다.
그의 말은 더욱 인상적이다.
“어느 바보가 내 그림을 돈 주고 산단 말인가?”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 같지 않다.”
이 말에는 예술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도, 성공을 향한 계산도 없다. 그저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화면 위로 흘러나왔을 뿐이다.
10여 년 전 파리에서 열린 그의 회고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화가인 그의 아들보다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의미심장하다. 예술은 기술이나 학력, 제도적 권위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그의 삶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의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황홀함을 느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자유로운 색채와 꾸밈없는 형태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처럼 순수하고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그림들은 잘 그리려는 의지보다 살아 있다는 기쁨 자체를 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그림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물론 기술은 필요하다. 그러나 예술의 본질은 기교 이전에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무엇이 잠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솔직하게 끌어낼 수 있는지에 있다. 앙셀므 브와 비브의 삶과 작품은 나에게 그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
예술은 잘 그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세계를 진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지금도 나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당신 안에 있는 무엇을 세상 밖으로 꺼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