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영화를 볼 때는 단순히 화가가 주인공인 영화보다는 작업실에 뛰어 가고 싶은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느낌있는 영화!!!
1.
Loving Vincent
이 영화는 꼭 한 번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 자체가 그림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유화로 제작되었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속을 걸어 다니는 느낌이다.
특히 화가에게는 기술적인 감탄보다 “한 사람의 삶이 죽은 뒤 어떻게 해석되는가”라는 질문이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는 그림을 그릴 때 작품만 남는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그림과 함께 화가의 삶도 읽는다.
2.
At Eternity’s Gate
수많은 고흐 영화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고흐의 전기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고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들판을 보고 나무를 보고 햇빛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화가의 감각으로 표현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하는 순간이 있다.
‘왜 그리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
이 영화는 그 감정을 아주 잘 보여준다.
주인공을 연기한 Willem Dafoe의 연기도 압도적이다.
3.
Mr. Turner
화가의 낭만보다는 노동을 보여주는 영화다.
많은 사람들은 예술가를 특별한 영감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작업실에서는 반복과 고독이 더 많다. 터너는 괴팍하고 불친절하며 완벽하지 않은 인간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오히려 그 모습이 진짜 화가에 가깝다.
예술은 아름다운 결과물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4.
Basquiat
현대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거리의 낙서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Jean-Michel Basquiat의 이야기다.
유명해지는 것이 성공일까?
시장과 예술은 어떤 관계일까?
작가는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대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작품보다 이런 질문들이 더 깊게 다가올 수 있다.
5.
Pollock
추상회화에 관심이 있다면 꼭 추천한다.
Jackson Pollock의 삶을 다룬 영화인데, 그림을 그리는 장면들이 굉장히 사실적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회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위험한 일인지 보여준다.
예술사의 한 줄이 되기 전까지 혁신은 늘 이해받지 못한다.
6.
The Mill and the Cross
조금 특별한 영화다.
한 폭의 그림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Pieter Bruegel the Elder의 작품을 영화로 해체하고 다시 구성한 작품인데, 그림을 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 준다.
화가는 왜 저기에 사람을 배치했을까?
왜 저 색을 썼을까?
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사고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세 편
At Eternity’s Gate — 화가의 감각을 가장 잘 보여준다.
Loving Vincent — 그림 그 자체가 영화가 된 작품.
Basquiat — 현대미술 작가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화가라면 《At Eternity’s Gate》를 볼 때 단순히 고흐 이야기가 아니라 “왜 평생 그림을 그리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가장 깊게 남을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