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색은 기억이고, 감정이며, 시간의 흔적이다.
나는 종종 색을 볼 때 그것이 무엇을 묘사하는가보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같은 초록이라도 봄의 초록과 늦가을의 초록은 다르다. 물감의 이름은 같지만 그 안에 담긴 공기와 온도, 그리고 바라보는 사람의 기억은 전혀 다르다.
화가에게 색은 언어와 같다. 시인이 단어를 고르듯 우리는 색을 선택한다. 그러나 색은 단어보다 더 솔직하다. 붉은색은 때로 생명의 환희를 말하지만, 어떤 날에는 상처와 고독을 말하기도 한다. 푸른색은 평화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깊은 밤의 바다처럼 두려움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자연의 색이다. 자연에는 순수한 원색이 거의 없다. 멀리 보이는 산의 푸른빛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색과 보라, 초록이 섞여 있다. 그래서 좋은 그림의 색은 대개 단순하지 않다. 아름다운 색은 혼자 존재하기보다 다른 색과의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마치 사람의 삶이 관계 속에서 깊어지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나는 색을 더 절제하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강렬한 색에 끌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흙빛 하나, 회색 하나에 담긴 깊이를 발견하게 된다. 흰색도 하나의 색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완전한 흰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뜻한 흰색과 차가운 흰색, 빛을 머금은 흰색과 침묵하는 흰색이 있을 뿐이다.
색은 빛이 있어야 존재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림 속 색은 빛이 사라진 후에도 사람의 마음속에 남는다. 좋은 그림의 색은 캔버스 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관람자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만의 색이 된다.
특히 화가는 어떤 색만 고집해서도 특별히 어떤 이유에서 사용한다면 모를까 모든색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는것이 화가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주제에 의해 색이 지닌 의미를 넣고 싶을때… 어렵나??? 아니!!!
그래서 나는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색과 대화한다고 생각한다. 물감은 손으로 다루지만 색은 마음으로 만난다. 그리고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은 색이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숨 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때 비로소 그림은 화가의 손을 떠나 하나의 생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