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반도체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투자자의 빚투가 몰리면서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분산투자의 안전한 도구로 여겨지던 ETF가 두세 종목을 압축해 담는 테마형 상품으로 진화한 가운데 여기에 신용거래까지 결합되면서 사실상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가 큰 폭으로 흔들리며 '역대급 반대매매'가 쏟아지는 국면에서 최근 출시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와 달리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함께 확대되고 있다.
9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ETF의 신용융자잔액은 236억2911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30일 60억4871만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다. 올해 1월 말 16억9224만원에 그쳤던 신용잔액은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상품은 레버리지가 아닌 기초자산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는 '1배 ETF'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 세 종목에 84%가량 쏠려 있는 압축형 구조여서 신용이 붙는 순간 사실상 고집중 반도체 레버리지 투자로 성격이 바뀐다. 투자금 중 증거금 40%만 내고 투자할 경우 빚투에 나선 투자자에게는 2.5배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한다.
소수 종목 집중 ETF 가운데서도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는 개인투자자의 빚투 최선호 상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결제일 기준 5월 한 달간 신용잔액 증가폭은 140억9500만원으로 ETF 중 가장 컸다. 일반 개인 순매수에서는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낮은 'SOL AI반도체TOP2플러스'가 앞섰지만 신용거래에서는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가 더 강한 쏠림을 보였다.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를 68.34% 담은 반도체 압축형 ETF다. 다만 빚투 자금은 세 종목 집중도가 더 높은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더 빠르게 이동했다.
압축형 ETF의 빚투가 위험한 것은 상품의 외형과 투자자의 실제 위험 노출이 다르기 때문이다. ETF는 통상 여러 종목을 나눠 담는 분산투자 상품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상위 세 종목 비중이 80%를 넘어서면 사실상 개별 종목 묶음에 가깝다.
반도체 관련주가 함께 큰 변동성을 보이는 국면에서 소수 종목 집중 ETF에 레버리지를 더한 투자의 위험은 막대하다. 자기자본 40만원으로 100만원어치를 매수하면 담보유지비율 140%를 적용했을 때 평가액이 84만원으로 떨어지는 순간 곧바로 반대매매 위험선에 닿는다. ETF 가격 기준으로는 16% 하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같은 대형주가 동시에 조정받는 국면에서는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증시 조정 과정에서 반대매매 부담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코스피가 조정받은 5일과 8일 이틀간 미수 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3053억2600만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