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도어락 비밀번호를 당장 바꾸고 싶은데, 제가 예민한 건가요? (고부갈등) | 당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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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15회 · 3일 전
[익명] 도어락 비밀번호를 당장 바꾸고 싶은데, 제가 예민한 건가요? (고부갈등)
안녕하세요. 어디에도 털어놓을 곳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남깁니다.
가슴이 콱콱 막혀 숨을 쉬기조차 힘든 요즘, 저의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더라도 부디 끝까지 읽어주시고 현실적인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결혼 3년 차, 이제 15개월 된 예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워킹맘입니다. 남편과는 사내 연애로 만나 서로의 직장 생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고, 양가 부모님들의 축복 속에 결혼하여 나름 평탄한 신혼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양육 문제로 시댁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제 삶은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와 눈물의 연속이 되었습니다.
모든 비극의 시작은 ‘도어락 비밀번호’였습니다. 양가 부모님 모두 아직 경제활동을 하셔서 전업으로 육아를 도와주실 형편은 안 되지만, 시어머니께서 거리가 가까워졌으니 급할 때 아이를 봐주거나 반찬을 챙겨주겠다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야근이나 갑작스러운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야 했고, 좋은 마음으로 먼저 챙겨주시려는 시어머니께 감사하며 번호를 공유해 드렸죠.
그것이 저희 부부의 독립된 공간을 무너뜨리고 제 결혼 생활을 지옥으로 몰아넣는 가장 큰 실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국이나 반찬을 가져다주신다는 핑계로 오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문 횟수는 잦아졌고, 이제는 연락 한 통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십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집안 물건들의 위치가 어머니의 입맛대로 싹 바뀌어 있는 건 예사입니다.
냉장고는 어머니 기준에 맞춰 다 뒤집혀 있고, 제가 주말에 시간을 내어 꼼꼼하게 성분을 따져가며 사둔 아이의 시판 이유식이나 간식들은 “애한테 방부제 덩어리를 먹인다”, “게을러서 직접 안 해 먹인다”며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기 일쑤였습니다.
대신 어머니가 정체불명의 재료로 짜게 끓여두신 육수나 반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죠. 일하고 돌아와 텅 빈 냉장고와 버려진 아이 물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손녀 생각해서, 워킹맘인 며느리 도와주시려고 하시는 거니까' 라며 억지로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이토록 뼈저리게 와닿을 수가 없더군요. 어머니의 간섭은 점차 제 살림과 육아 방식을 넘어 저의 일상 전체를 통제하고 깎아내리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제가 퇴근 후 너무 피곤해서 거실에 아이 장난감을 좀 쌓아두거나 설거지를 다음 날 아침으로 미뤄두면, 귀신같이 새벽에 오셔서 잔소리를 퍼부으십니다.
“여자가 밖에서 돈 몇 푼 번다고 집구석을 이렇게 돼지우리로 해놓느냐”, “내 귀한 아들 퇴근하고 와서 편히 쉬지도 못하게 이게 무슨 꼴이냐”며 저를 몰아세우셨습니다.
저도 남편과 똑같이 하루 9시간 이상 일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데, 집안일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만 있다는 식의 말씀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현관문 도어락에서 '띠띠띠띠' 번호 누르는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고, 손발이 떨리는 불안 증세까지 생겼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지난 주말에 터졌습니다.
지난주 내내 회사에 큰 프로젝트가 있어서 매일 야근을 했고, 금요일 밤에는 정말 쓰러지듯 잠들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자고 있는데 오전 8시부터 도어락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이 덜컥 열렸습니다. 깜짝 놀라 잠옷 차림으로 나가보니, 시어머니께서 혼자도 아니고 근처에 사시는 시누이까지 데리고 들어오시는 겁니다.
손녀딸이 보고 싶어 시누이와 같이 오셨다는데, 거실에는 어젯밤 야근 후 늦게 퇴근한 남편과 간단히 야식으로 먹고 미처 치우지 못한 족발 뼈와 맥주캔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시누이가 보는 앞에서 제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애 키우는 집이 이렇게 불결하고 냄새가 나서 어쩌냐! 넌 엄마라는 애가 주말 아침부터 남편 밥도 안 챙기고 퍼질러 자고, 내 아들한테 이런 쓰레기 같은 배달 음식이나 멕이고 있냐!”
시누이 역시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올케, 우리 오빠가 밖에서 얼마나 고생하는데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올케 피곤한 건 알겠는데 이건 좀 심하네.”라며 거들더군요. 이 집은 저희 부부가 맞벌이로 어렵게 대출금을 갚아가며 살고 있는 집인데, 그 순간 제가 제 집에서조차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수치심과 억울함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하지만 시누이 앞이라 화를 낼 수도 없어 입술을 깨물며 죄송하다고만 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며 가장 절망스러운 건 바로 남편의 태도입니다. 그 난리가 나고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돌아간 뒤, 남편에게 울면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당장 바꾸자고 했습니다. 연락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시는 거 너무 스트레스받고 내 사생활이 하나도 없어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요. 그랬더니 남편은 오히려 저를 정신병자 취급하며 화를 냈습니다.
“엄마가 우리 도와주려고, 조카 보고 싶다는 동생 데리고 오신 건데 그걸 그렇게 꼬아서 듣냐? 애초에 네가 집 좀 치워놓고 살면 엄마가 잔소리할 일도 없잖아. 당장 비밀번호 바꾸면 우리 엄마가 얼마나 섭섭해하시겠어? 나보고 불효자 되라는 거야? 너 정말 이기적이다.” 라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남편에게 저는 그저 자기 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리는 예민하고 못된 며느리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가장 기본적인 독립된 공간과 제 프라이버시는 시어머니의 '도움'과 '사랑'이라는 폭력적인 이름 아래 철저히 짓밟히고 있는데,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할 남편마저 방관자를 넘어 저를 가해자 취급하니 정말 이혼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내일 출근길에 당장 사람을 불러 도어락을 교체하고, 어머니께 더 이상 연락 없는 방문은 삼가 달라고 장문의 메시지를 남길 생각입니다. 남편이 퇴근하고 바뀐 비밀번호를 알게 되면 길길이 날뛰며 당장 이혼하자고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살다가는 제가 먼저 화병으로 쓰러지거나 우울증에 걸려 우리 딸아이조차 제대로 키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댁과의 얄팍한 평화를 위해 제 숨통을 조여가며 계속 참고, 집안일도 억지로 완벽하게 해내려 아등바등 노력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남편과의 거대한 싸움과 파국을 각오하고서라도 비밀번호를 바꾸고 제 영역을 지키는 것이 맞을까요?
전국 대나무숲 카페 회원 여러분, 제가 정말 남편의 말대로 호의를 악의로 받아들이는 예민하고 나쁜 며느리인 건가요? 남편 몰래 비밀번호를 바꾸려는 제 행동이 너무 극단적인가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