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네 커뮤니티를 보면 여기가 이웃 사촌들이 정을 나누는 곳인지, 아니면 막장 드라마 대본 리딩방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 보기 참 부끄러운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1. ‘깜깜이 친구 찾기’에 대하여: 뺑소니 차를 타라는 건가요?
"남녀노소 불문, 나이 무관, 취미 몰라, 직업 비밀... 하지만 친해질 동네 친구 구해요."
요즘 이런 글들이 참 많이 보입니다. 프로필은 온통 '비공개'로 꽁꽁 싸매두고 다짜고짜 친구부터 하자는 건, 마치 선팅을 새까맣게 해서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차 문을 덜컥 열고는 "야, 타! 우리 좋은 친구가 되자!"라고 외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최소한의 자기소개도 없이 친구를 구한다는 건 이웃을 사귀겠다는 게 아니라, 그저 익명의 외로움을 배설할 타겟을 찾는 것 아닌가요?
2. ‘사랑과 전쟁’ 도배글에 대하여: 동네 광장에 널어놓은 빨래
하루가 멀다 하고 "남편이 바람났다", "아내가 이혼하자고 한다", "애인이 한눈판다" 같은 자극적인 폭로 글들이 커뮤니티를 뒤덮습니다. 개인의 가정사와 사생활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보는 커뮤니티는 개인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이건 마치 자기 집 안방에서 나온 지저분한 빨랫감을 동네 한복판 광장에 가로등마다 걸어놓고 "이것 좀 보라"며 동네 사람들 눈을 테러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
진짜 문제는 이 공간을 우리 아이들도 함께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네 청소년들이 이 커뮤니티를 보며 무엇을 배울까요?
'어른들은 얼굴을 숨기고 아무나 만나나 보다.'
'결혼과 연애는 온통 배신과 진흙탕 싸움뿐이구나.'
이런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까 봐 어른으로서 참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당근(당신의 근처)이라면서요?"
지금의 커뮤니티는 '당신의 근처'가 아니라, 얼굴을 숨긴 사람들의 '정체불명의 은신처'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물건을 중고 거래할 때만 매너 온도를 따질 게 아니라, 우리가 쓰는 글과 말에도 '인격 온도'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이웃, 진짜 따뜻한 동네 어른들의 공간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커뮤니티 사용자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경종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