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포콘텐츠가 유행을 하네요.
그래서 재미를 위해 직접 겪은 걸 올려봅니다.
무서운 거 싫어하시는 분은 지금, 나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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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이야기 (1) 첫 만남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우리 가족은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방을 정하는 순간.
당시에는 서열이 확실한 문화였기에
한 살 위 누나는 햇볕이 잘 드는 밝은 방을,
난 남은 방은 차지가 되었다.
그 방은 이상할 정도로 음습했다.
늘 그늘져 있었고, 왠지 모르게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 불평도 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남자는 조금 불편해도 참아야지”
“사소한 일에 연연하면 안 된다”
이런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생각만으로 극복될 일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갑자기 방 바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수도관이 터진 것이었다.
친구들이 놀러 왔다가 모두 침대 위로 올라가 피신했고,
어머니와 보수센터 직원들이 급히 달려왔다.
그날, 물도 제대로 못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닥을 뜯어 수도관을 확인하는 큰 공사가 시작되었고,
나는 며칠 동안 부모님 방에서 지냈다.
공사가 끝난 뒤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몇 달 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바닥에
다시 물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마치 차가운 냉장고 표면에 습기가 맺히듯,
방바닥 전체가 축축해졌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방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금이 간 흔적을 발견했다.
분명 공사를 하며 새 시멘트를 발라 놓은 자리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방은 뭔가 좋지 않은 기운이 흐르는 자리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말하는 수맥 같은 것 말이다.
이후에도 몇 차례 두차례나 수도 공사를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방에 연결된 보일러관을 잠그는 걸로 결정했다.
이때문에 난 한 겨울에도 냉방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남자가 이정도는 참아야지...
아마 8살짜리가 이런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지금 나도 돌이켜보면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땐 어린 나이임에도 답답할 정도로
자신이 정해 놓은 원칙대로 사는 원칙주의자였다.
그렇게 1년쯤 지났을 무렵부터,
나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식은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깼다.
하지만 부모님께는 악몽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어느새 난 3학년이 되었다.
악몽이 싫었던 나는 학교에 갔다와서 잠시 눈을 붙이고
늦은 새벽에서야 잠이 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게 나로써는 악몽에 시달리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난 악몽을 피할 수 있었다.
또 일년이 지나, 4학년.
어느 날 초저녁,
여느때처럼 잠시 눈을 붙이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 왔다.
그리고 눈이 떠 있는 상태에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열린 방문을 통해 보이는 저녁을 준비하는 어머니를
부르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바로, 가위에 눌린 것이다.
이때부터 낮이고 밤이고,
잠시 졸기만 하면 가위에 눌리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가위는 정말 큰 공포였다.
난 이걸 극복해 보고자,
천주교를 다니고 운동도 혼자하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하는 기도 때문이었을까?
몸이 강해져였을까?
가위의 빈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가끔 다시 찾아와도
손가락 끝부터 조금씩 움직여 가위를 푸는 방법을
터득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반복되는 공포 속에서
스스로 찾아낸 방법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정,
잠시 침대에 누워만 있는다는 게 그만
눈을 뜬 채,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어두운 방안.
주변 풍경이 바뀌어 보이기 시작한다.
분명 변한 건 없는데 분위기가 바뀌어 보입다.
어머니가 사놓은 인형이 왠지 불길하게 나를 본다.
또 가위였다.
나는 익숙한 방법대로 손가락부터 움직이려 해 봤지만
그날의 기운은 이전에 비해 너무나 무거웠다.
거친 숨소리, 이마에 맺힌 땀방울.
분명 꿈이 아니었다.
그 순간,
내 발치에 있는 큰 창문 위로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내려왔다.
나는 실눈을 뜨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다리였다.
사극에서 대신들이 궁궐에서 신는
검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위로 펄럭이는 천.
자세히 보니 옷자락이었다.
도포였다.
난 무서웠지만 불투명한 유리창 너머를
더 자세히 보려했다.
창문은 뿌옇게 반투명했지만, 형태와 색은 분명했다.
신발부터 옷까지 전부 검은색으로 된 의상.
저승사자...?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가야 할 때다. 나와 함께 가자.”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손을 조금 움직일 수 있었다.
몸이 움직여지자,
나는 침대에서 굴러 내려와 스위치를 눌렀다.
불이 켜졌다.
조심스럽게 창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저승사자를 만났다.
(참, 나중에 유튜브에서 들은 얘기인데, 저승사자는 얼굴을 안 보여준다고 한다. 마음이 약해진다나 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