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늘 같은 풍경이었다. 아내는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고, 나는 슬리퍼를 끌며 주방으로 향해 물 한 컵을 마신다.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하나, 내 코골이였다.
처음엔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 요즘 코골이 좀 심해졌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이 들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런데 아내가 자다 말고 나를 깨우기 시작하는
날이 잦아졌다.
“여보, 옆으로 좀 돌아눕고 자.”
“응… 알겠어…”
잠결에 대답은 했지만, 돌아눕고 나면 또 금세 코를 골았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한밤중에 어깨를 세게 흔드는 느낌에 눈을 떴다.
“여보, 나 진짜 못 자겠어.”
아내 얼굴에는 짜증이 아니라, 지쳐버린 표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심해?”
“응… 숨이 멎는 것 같다가 ‘컥’ 하고 다시 쉬어. 나 너무 무서워.”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냥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아내는 밤마다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다.
결국 그날, 나는 이불과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오늘은 내가 여기서 잘게.”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실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묘하게 씁쓸했다.
결혼하고 30년 동안 한 침대에서 같이 자던 우리가, 코골이 하나 때문에 따로 자게 될 줄은 몰랐다.
다음 날 아침,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병원 한번 가보는 게 어때?”
나는 처음엔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무슨 환자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히 체면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건강 문제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아내의 잠과 생활이 달린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병원 예약을 했다.
요즘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술도 줄이고, 체중도 조금 빼고, 옆으로 자는 습관도 들이려고 애쓴다.
아내가 웃으면서 말한다.
“코골이만 좀 줄면 다시 같이 자자.”
그 말이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이 나이에 깨달았다. 같이 자는 밤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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