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녀석들은 일찌감치 명예퇴직, 정년퇴직을 했다. 나를 부러워 했다. 나는 정년이 없는 직업을 가졌으니까! 그런데 이 직업도 정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끝 모를 길고 긴 불황탓에 내 스스로 정년을 만들고 만다. "부동산" 을 접은 것이다. 18년이란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 동안 운영하던 중개업 간판을 내리던 날 ㅡ
구청에서 폐업신고를 하고 나오는 내게 밀려오는 수많은 상념들 ㅡ
며칠 동안 등산도 다녔고, 지인들과 오랜만에 진탕 술도 마셨다. 그때 깨달음 하나가 있었으니! 무슨 일이라도 해야 된다는 결의를 다지게 된다. 이 생활이 계속된다면 알콜 중독 내지 폐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후배 녀석이 다니는 병원을 권유한다.
"야 임마! 나이 70 넘은 놈을 누가 써준데?"
그래도 선배는 나이 들어보이지 않는다고 한 번 도전해보란다.
밑져봐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이력서를 들고간 간호부장실ㅡ
비교적 지적으로 잘생긴 부장이 웃으며 맞아준다. 나보다 한참 어릴 듯한 그녀는 미소짓는 모습이 더 예쁘다.
합격이란다.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간 나를 유심히 관찰한 후 대뜸 출근하란다.
그래서 시작된 보호사 생활이 벌써 20개 월이다. 처음은 힘들었어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숙달된 보호사가 된 것이다.
월급은 한푼도 안 쓴다.
사랑하는 우리 손주 대학 갈 때 목돈을 줄 계획이다. 아들 녀석이 잘나가는 주식회사 기업을 하는 사장이라도 손주에게는 힘들 게 번 내 돈으로 대주고 싶다.
그래서 친구 녀석들은 언제나 나를 보면 부러운 놈이라 한다.
그녀석들은 오늘도 "방콕"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