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건 내가 살면서도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서 한 번 적어본다.
그날도 뭐 별거 없었어.평소처럼 손주 낮잠 재워놓고 나는 옆에 앉아서 TV 소리도 줄여놓고 그냥 조용히 있었지.요즘 애들 금방 깨잖아, 괜히 시끄럽게 했다가 또 한참 달래야 하니까.
한 30분쯤 잤나…갑자기 뒤척이더니 눈을 살짝 뜨는 거야.
보통은 그 타이밍에 깨면 바로 울거든?엄마 찾거나, 낯설면 더 크게 울고.
그래서 나도 속으로“아이고 또 시작이네…” 하고 긴장하고 있었지.
근데 얘가 울지는 않고가만히 눈만 뜨고 있더라.
그러다가 딱 나랑 눈이 마주쳤어.
그 순간이… 참 묘하더라.
나도 괜히 놀랄까봐 말 한마디 안 하고그냥 가만히 있었거든.손도 안 대고, 그냥 옆에 있다는 느낌만 주려고.
근데 얘가 나를 한 2~3초 보더니표정이 스르르 풀리는 거야.
울 기색도 없고,오히려 눈이 편안해지는 느낌?
그러더니 다시 눈을 감고그대로 또 잠들어버리더라고.
아니… 나는 솔직히 좀 놀랐어.
‘어? 이게 뭐지?’ 싶어서.
보통은 안아서 달래야 자는데그날은 그냥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던 거야.
그게… 참 말로 설명하기가 좀 그런데
내가 뭘 잘해서가 아니라이 애가 나를“안전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받아들였구나그런 느낌이 딱 들더라.
나이가 이만큼 먹고 나니까이제 누가 나를 필요로 하나 싶은 생각도 들 때 있는데
그 조그만 애가눈 한 번 마주치고 안심해서 다시 자는 거 보니까…
아, 내가 아직 쓸모가 있구나 싶더라고.
괜히 마음이 좀 뭉클해지고 그랬어.
그래서 그날은 TV도 안 켜고애 깨울까봐 숨소리도 죽이고한참을 그냥 옆에 앉아 있었지.
남들이 보면 별거 아닌 일일 수도 있는데나는 그게 그렇게 좋더라.
힘들고 뭐고 그런 거 다 떠나서그 순간 하나로며칠은 또 버틸 수 있겠다 싶었어.
이래서 또 손주 본다 하나 보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