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사남매 ( 75회 )
제 75장,
김정희는 요즘 들어서 더욱 기운이 없이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우희는 그런 엄마가 걱정스럽다.
병원에 모시고 가서 검진을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료를 받는다.
그러나 김정희자신은 자꾸만 깊은 수면 속으로 갈아 앉는 듯한 느낌이다.
“엄마!
우리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
기운 없어하는 엄마를 위해서 온천욕이라도 다녀올 마음이다.
그러나 김정희는 거부를 한다.
온천이라면 상당히 좋아하고 신이 나서 즐거워하던 김정희는 온천에 가자는 말에도 싫다는 거부의 몸짓을 보인다.
“엄마!
어디 아파요?
온천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파요?“
”아니, 걍 시러!“
우희는 그런 엄마가 걱정스럽다.
“엄마!
아들과 며느리들을 오라고 할까요?
누가 보고 싶어요?“
그러나 김정희는 그저 고개만 흔들 뿐이다.
모든 것이 귀찮고 힘들다는 생각만 한다.
그저 이대로 잠을 자고 싶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나 그난 나도!
아무거도 하기 시더!“
그대로 있고 싶어 하는 엄마의 뜻에 따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다.
우희는 소갈비를 사서 엄마가 좋아하는 갈비구이를 준비한다.
드시는 것도 잘 드시지 않고 저렇게 움직이려고 들지 않는 엄마가 걱정이 되어도 병원에서도 특별한 병이 아니라고 하니 더 이상 손을 쓸 방법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모든 것에서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을 보아도 좋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엄마 자신의 마음을 마음대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엄마의 정확한 마음을 알 수가 없어 더욱 답답해하는 우희다.
어느 누구보다 엄마와 대화가 잘 통하고 엄마의 마음을 잘 안다고 자부를 하고 살아왔던 것이 거짓인 것만 같다.
요즘에 엄마의 마음을 한 가지도 알 수가 없다.
더욱이 말수가 줄어든 엄마이기에 그 마음을 알아낸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엄마!
왜 그러는지 나한테 말을 해 줄래요?“
“.............................”
그러나 김정희는 대꾸를 하지 않는다.
“나한테 화나는 일이 있어요?”
“그던거 엄써!
그난 잠을 자고 시퍼!“
“그럼 갈비를 준비해 놓았는데 갈비를 드시고 주무세요.
안 깨우고 건드리지 않을게요.“
간신히 엄마를 일으켜 식탁으로 데려다 놓는다.
갈비를 잘 구워서 엄마의 접시에 놓아드린다.
그러나 김정희는 두어 젓가락을 먹고 나서는 수저를 놓는다.
“왜요?
갈비가 맛이 없어요?“
”아니, 먹기 시러!“
그대로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는 김정희다.
우희는 일단은 엄마를 그냥 두기로 한다.
때로는 누가 건드리는 것조차 귀찮아질 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비록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오신 엄마지만 성품은 참으로 얌전하고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엄마다.
이제 겨우 칠십 중반이다.
아직은 건강하게 더 살아야 할 엄마의 나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한동안 엄마로 인해 우희의 마음은 무거워진다.
매일 아침이면 엄마가 일어나시려는가 하고 많은 신경을 쓰게 되고 잠을 자다가도 엄마의 방을 들어와 잠이 들어 있는 엄마를 확인을 하곤 한다.
잠든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우희는 눈으로 마음으로만 엄마를 살펴본다.
엄마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권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엄마를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해 봄이 다 지나가도록 밖을 나가지 않고 그대로 방안에서 잠을 자거나 누워서 다 지낸다.
꽃을 사랑하고 좋아해서 봄이면 꽃구경을 나가자고 졸라대던 엄마였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꽃들을 보아도 반응이 시들하다.
그 봄이 다 지나가기 전에 김정희는 털고 일어난다.
“나 배곱파!”
“엄마!
맛있는 밥 줄까요?“
”엉!
고기 먹구시퍼!“
우희는 엄마가 털고 일어난 것이 너무나 기쁘다.
언제고 엄마가 찾으면 해 드리려고 준비를 해둔 불고기를 굽는다.
김정희는 딸이 해주는 밥을 맛있게 한 그릇을 다 비운다.
“달 머거써!”
배가 부르다는 표현을 하며 식탁에서 일어난다.
“엄마!
이번 주말에 엄마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들을 오라고 할까요?“
”엉, 우디도 오다고 해!
그디구 애들이 오믄 마딘능거 해조.“
“뭘 할까요?
우리 모두 모여서 갈비 먹으로 갈까요?”
“니가 힌드지만 지배서 해!
가비도 하구 자채도 하구............“
“그래요.
엄마가 털고 일어났으니 우리 잔치를 할까요?
그리고 다들 모이면 시간을 맞추어서 봄 소풍이라도 갈까요?“
“엉!
가구 시퍼!“
김정희는 정말 오랜만에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인다.
우희는 그런 엄마를 위해서 동생들에게 이번 휴일에 모이면 어떻겠느냐고 연락을 한다.
다행이 이번 휴일에 모두 시간이 허락이 된다.
우리네까지도 흔쾌하게 허락을 한다.
아들하나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기르면서 자신의 일을 위해서 조그만 샵을 경영하고 있는 동생 우리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모두 모이면 집이 비좁다.
한 집에 세 네 명으로 늘어난 가족들의 숫자인 것이다.
아이들도 이제는 모두 다 제각각의 할 일을 하도록 성장을 했다.
우민이네만 아직 돌을 지난 아기가 있지만 대단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이기에 모두에게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우희는 오랜만에 온 가족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한다.
잔치음식처럼 거창하게 준비를 한다.
사남매에서 늘어난 가족이 얼마인가?
모두 열다섯 명의 가족들이 먹을 음식이기에 푸짐하도록 준비한다.
모처럼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마음이 된다.
이제 엄마도 기운을 되찾고 온 집안에 걱정할 일이 없다.
가끔은 은서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은서 나름대로 뛰어난 재능을 발견해서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기에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올케가 어떤 사람이던가?
은서를 반드시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갈 것임을 안다.
은서로 인해서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올케가 한 편으로는 안쓰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엄마의 그런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하려는 듯이 은서의 노력 또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휴일 날 이른 아침에 나유경이 두 아이를 데리고 먼저 도착을 한다.
아무래도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형님이 혼자서 모든 일을 맡아서 해 나가는 것을 알기에 나유경은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일찍 온다.
“빨리 왔네!”
우희는 그런 올케가 정말 고맙다.
“형님이 혼자서 고생을 하셔서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왔어야 했는데 아이들을 챙기기 바빠서.........
물론 아이들을 내세워 핑계를 만들고 있지만요.“
“별 소리를 다 하네!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이렇게 일찍 와 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지.
어서 들어가 엄마를 먼저 보고 나오게!“
“네!”
나유경은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머님 방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 따라 들어간다.
“어머님!
저 왔습니다.“
“엉, 어더 와!”
김정희는 맏며느리인 나유경의 손을 잡아준다.
“어머님!
편찮으시거나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요?“
”안 나파!
우디가 잘 해조서 아프지 아나!“
나유경은 시어머님의 모습이 밝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미리 준비를 해 가지고 온 봉투를 시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님, 용돈입니다.”
“엉!
잘 쓰께!“
김정희는 사양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며느리가 주는 용돈을 받는다.
돈이 필요한 김정희가 아니다.
그러나 자식들로부터 받는 용돈은 늘 즐거움이 되어준다.
별로 돈 쓸 일도 없는데도 용돈을 받으면 마음이 즐거워지곤 한다.
나유경은 어머님의 모습이 참으로 해맑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형님의 바쁜 일손을 거들어드리기 위함이다.
“형님!
뭘 이렇게 많이 준비를 하셨어요?“
미리 준비가 되어 있는 많은 재료들을 보며 놀라는 나유경이다,
“오랜만에 모이는 것인데 잔치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엄마도 겨우 내내 기운이 없어 하시다 그래도 이 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저렇게 기운을 차리시고 일어나셨으니 잔치라도 해서 축하를 해 드려야지.“
나유경은 가끔 이렇게 씀씀이가 큰 형님을 보며 혀를 내 두른다.
자신은 이 많은 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형님은 일이 몸에 밴 사람처럼 막힘없이 모든 것을 처리해 나간다.
한창 그렇게 두 여인이 음식을 하고 있을 때 우영이네와 우리네가 도착한다.
잠시 집안은 서로 반가움을 표시하느라 시끌벅적스럽다.
그래도 우희는 그 모습이 너무나 좋다.
늘 마음먹은 대로 이렇게 자주 모이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우희의 마음이다.
김정희 역시 모든 자식들을 앞에 앉혀놓고 즐거워한다.
이제는 사남매뿐만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들을 둘러보며 흐뭇하고 행복한 미소를 보인다.
“엄마!
이렇게 다 모이니까 좋아요?“
우희가 묻는다.
“엉!
너무 도아!“
“그래요!
엄마가 원하시면 언제든지 이렇게 모여서 엄마 앞에서 재롱이라도 부릴게요.
아프지 마시고 아주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이렇게 사는 거예요?“
”엉!
그더게 하께!
너무 도아!“
김정희는 언제 준비를 했는지 손에 흰 봉투가 한 아름 쥐어져 있다.
그리고는 당신의 손주들에게 봉투를 하나씩 준다.
“이거 한머니가 용던 주는 거야!”
아이들은 봉투를 받아가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저마다 순서를 기다린다.
그러나 은서는 자신의 순서가 되어도 나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은더야!
이디와!“
김정희가 손을 내밀어 은서를 부른다.
“은서야!
어서 할머니께 가봐!“
홍지우는 은서를 살며시 시어머님 앞으로 밀어준다.
은서는 그렇게 할머니 앞에 서서 멀뚱거리며 할머니를 바라본다.
“우리 은더!
한미가 덩말 미안하다.
한미 마음이 마니 아파!
은더야!
다랑애! 그리구 건간해야 한다.“
김정희는 다른 아이들보다 은서에게 많은 말을 하며 은서를 끌어안고 나서 봉투를 쥐어준다.
당신 때문에 은서가 그런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미안하고 은서를 볼 때마다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는 김정희다.
표현은 마음대로 하지 못하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할머니들보다 더욱 은서를 사랑하고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시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홍지우다.
언제나 은서를 바라보시는 눈초리가 늘 촉촉하게 젖어드는 시어머님의 모습에서 마음이 안쓰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인 줄로만 알았던 시어머님의 마음을 비로소 깨닫고는 자신이 더욱 죄송한 마음이 되어간다.
“어머님!
아이들 용돈이 너무 많습니다.“
민서의 봉투를 열어본 나유경이 놀라면서 말을 한다.
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 있는 것이다.
김정희는 당연한 것이라는 듯이 며느리를 본다.
“대하꼬 인파끔!”
“네?
아이들 대학 입학금을 주시는 것이라고요?”
“엉!
다들 그더케 조써!“
그제야 모두 아이들의 손에 들려있는 봉투를 열어본다.
수표 한 장 일 천만 원짜리가 들어 있다.
그제야 모두 엄마의 뜻을 알아차린다.
“엄마!
아이들이 대학을 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우영이의 말이다.
“나두 아더!
그치만 지금 내가 그더케 하고 시퍼!“
”네!
잘 알았습니다.
잘 두었다가 아이들 대학입학금으로 쓰겠습니다.“
우민은 엄마의 뜻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드린다.
엄마 자신이 자손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을 본다.
그렇게 하루 종일 온 가족은 기분 좋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또한 다음 휴일에 어머니를 모시고 야외 소풍을 가기로 정한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장미꽃 축제가 마침 서울 공원에서 열리는 계절이다.
시간을 내어서 온 가족이 봄나들이 소풍을 가기로 정하고 엄마에게 알려준다.
김정희는 매우 좋아한다.
온 가족이 자신이 좋아하는 꽃 축제에 간다는 것에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지는 김정희의 모습은 행복한 그 모습 자체이다.
모두들 돌아간 시간은 늦은 한밤중이다.
김정희는 모두 돌아간 다음에도 거실을 지키고 앉아 있다.
“엄마!
오늘 기분이 좋았어요?“
”엉!
너무 디분 조아서 담이 오지 안아!“
“그래도 피곤하신데 그만 주무셔야지요.”
우희는 엄마를 모시고 방으로 들어간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