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사남매 ( 58회 )
제 58장,
경환의 상태는 일주일이 지나도 변동이 없다.
스스로가 모든 것을 잊고자 하는 부정적인 마음이 강하고 깨어나기를 원치 않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 장사장은 깊은 한숨을 내 쉬며 아내를 병실 밖으로 불러 낸다.
“아무래도 당신이 그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할 것 같소.”
“...........................”
“그 길만이 내 아들을 살리는 길인데 무엇을 더 기다리고 생각할 수 있겠소?
더 이상 시간이 지체가 된다면 경환이의 뇌에 이상이 생긴다는 말을 듣지 못했소?
그런 다음에 그 아이를 데리고 온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이오?”
“그래야겠지요.
자식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겠지요.“
윤경선은 남편의 말이 아니더라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직접 찾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 시간이 지체가 되면 뇌에 이상이 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윤경선은 자신이 가서 전우리를 데리고 오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몸은 생각처럼 그렇게 움직여주질 않는다.
남편의 말에 윤경선은 더 이상 지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병원을 나서며 우리의 집 주소를 찾아내어 네비에 입력을 시킨다.
네비가 가르치는 대로 운전을 해 나간다.
같은 서울이라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바로 집을 찾을 수 있다.
듣던 대로 이층집에 난쟁이 분식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어 찾기에 어렵지 않고 쉽게 찾을 수가 있다.
윤경선은 차를 주차시키고 나서 분식집 문을 가만히 연다.
“어서 오십시오.”
김씨 아주머니는 손님인 줄 알고 인사를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 한가한 오후시간이라 그런지 가게는 조금 한산해 보인다.
“저..........여기 전우리를 만날 수 있을까 합니다만...........”
“아, 우리가 지금 집에 없습니다만........”
“그런가요?
어디를 가면 우리를 만날 수 있을까요?
혹여 그 언니 되시는 분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요?“
윤경선은 마음이 초조해진다.
“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김씨아주머니는 가게를 나가 본채로 올라가 우희를 부른다.
“지금 가게에 손님이 와서 우리를 찾는데........”
“그래요?”
“차림새로 보아 아주 점잖으신 분이시던데 혹여 시어머님 되시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분이 여기까지 웬일로 오셨을까?”
우희는 가게로 간다.
김씨 아주머니의 말대로 경환의 어머니를 본다.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바로 오기는 왔군요.”
“이왕 오셨으니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우희는 윤경선을 집으로 모시고 들어간다.
어떤 이야기를 하던 가게에서는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윤경선은 우희를 따라서 안채로 들어간다.
겉에서 보기보다는 대단히 잘 지은 집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윤경선은 우희 앞에 무릎을 꿇는다.
“사돈!
우리를 만나게 해 주시오.
내 아들 경환이를 살려주십시오.“
”사돈어른!
이것이 무슨 일이십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우희는 윤경선을 안다시피 일으켜 소파에 앉게 한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가 냉수를 가져온다.
“우선 목부터 축이십시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흥분을 하신 것 같습니다.“
“내가 벌을 받고 있습니다.
내 아들 우리 경환이가 쓰러져 생사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내 아들을 살려낼 사람이 없습니다.“
윤경선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어쩌다............‘
어쩝니까?
지금 우리가 집에 없습니다.“
“어디 멀리 가 있습니까?
바로 올 수 없는 거리에라도 가 있는 것인가요?“
윤경선은 입술이 바싹 타 들어간다.
오기만 하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왔다.
그러나 집에 없다는 말에 좌절을 하고 모든 희망의 끈이 끊어짐을 느낀다.
“어떤 상태인지 제가 가 보아도 될까요?”
“물론 안 될 것은 없지만.............”
“상태를 보아서 우리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우희는 무턱대고 우리를 불러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고 우리를 만나게 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우희의 생각이다.
윤경선은 그런 우희의 마음을 이해를 한다.
자신의 고집으로 인해서 두 아이가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인지 비로소 눈에 보이는 윤경선이다.
“가서 우리 경환이를 보십시오.
이 모두가 제 잘못입니다만 제발 제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윤경선은 다시 또 우희에게 절실한 마음으로 매달린다.
엄마로서 자존심이나 체면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우희는 간단하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는 함께 집을 나선다.
윤경선의 승용차에 오른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윤경선 또한 어디로 가고 있다고 말을 하지 않고 핸들을 잡는다.
얼마 가지 않아서 대학병원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안 우희는 정말 경환이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직접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실 사돈어른이 아니심을 알지만 우리가 더 이상 상처를 받는 것을 막으려 하는 우희의 생각이다.
“내리십시오.
이곳이 제 아들이 있는 곳입니다.“
우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린다.
사돈어른의 뒤를 따라서 걷는 마음이 참으로 착잡하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으로 서로 이렇게 아파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병실 앞에서 윤경선은 다시 우희를 바라본다.
그리고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우희 또한 사돈어른의 뒤를 따라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침상에 누어있는 경환을 본다.
너무나 처참한 경환의 모습에 그만 울컥하는 심정이 된다.
“아!
그 사이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다는 말인던가요?“
”내가 너무 무모했습니다.
아파도 아무리 아파도 견디어 낼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더 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줄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바라던 마음이었고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윤경선은 자조 섞인 말을 한다.
자신이 하나뿐인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괴로운 윤경선이다.
“경환씨!
왜 이렇게 바보 같아요?
우리도 심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경환씨처럼 이렇게 나약한 모습은 아닙니다.
경환씨가 이렇게 하고 있으면 우리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우희는 경환의 손을 잡고 말을 한다.
우희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경환의 표정이 실룩거리며 움직인다.
“경환씨!
어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요.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모르나요?
지금 우리가 얼마나 경환씨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었어요?“
우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우..........우리........”
경환은 우리의 이름을 듣자 따라서 우리의 이름을 부른다.
“그래요.
우리가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 일어나서 우리를 만나러 가야하잖아요?“
경환은 기적적으로 눈을 뜬다.
“우......우리야........우리야!”
경환은 두리번거리며 우리의 모습을 찾는다.
“우리는 이곳에 오지 않았어요.
만일 우리가 여기에 와서 경환씨의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 마음이 어떨까요?
우리가 견디어 낼 수 있겠어요?
어서 기운을 차리고 나하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가야지요?“
”네!
갑니다.“
경환은 몸을 일으키려하지만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마음을 굳게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합니다.
이대로는 갈 수가 없어요.
밥을 먹고 기운을 차려야 갈 수 있어요.“
우희는 경환을 다독이며 우리에게 갈 수 있게 기운을 차리라는 말을 한다.
비로소 경환은 자신이 지금 너무 나약해져 있다는 것을 느끼며 먹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너무 오래도록 음식이 들어가지 않은 위에 바로 굳은 음식은 탈이 날 수 있기에 미움부터 먹이는 윤경선은 우희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경환아!
사돈의 말씀처럼 어서 일어나 그 아이를 만나서 데리고 오너라!
이제 엄마는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마!“
”엄마!
정말 우리를 데리고 와도 되는 겁니까?“
”그래!
너를 잃는 것보다는 좋지 않겠니?
엄마 아빠가 너를 잃고 나서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냐?“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우희는 모자의 모습을 보며 가슴에 뜨거운 감정이 일어나고 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이길 수가 있을 것인가?
세상에 이토록 간절하고 진솔한 사랑이 또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니 가슴에 뜨거운 덩어리가 밀려올라오는 것만 같다.
“경환씨!
오늘 내일 무엇이든지 잘 먹고 기운을 차리세요.
그리고 나면 나하고 함께 우리가 있는 곳으로 가요.
지금 우리는 이곳으로 올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경환씨가 직접 가야한다는 것을 알지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픈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올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경환씨가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을 해 보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해 주세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날아서 라도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고 있습니다.“
경환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가서 엄마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경환의 마음이다.
“경환씨!
내가 내일 다시 올게요.
그동안 밥을 잘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합니다.“
”꼭 다시 오는 거지요?“
”그럼요!
내일 맛있는 것을 해가지고 올게요.“
우희는 경환을 위해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준비해 가지고 오리라는 생각을 하며 병원을 나선다.
윤경선이 따라 나온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몹시 궁금하네요.
행여나 많이 아픈 것은 아닌가요?“
”네!
많이 아프기는 하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아마 경환씨를 직접 보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서 아무도 만나려고 들지 않습니다.“
“내가 너무 큰 상처를 주었군요.
두 아이 모두 그렇게 서로에게 대단한 존재였다는 것을 인정하려들지 않았던 내 잘못이 정말 큽니다.
이제는 어떤 요구라도 다 받아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경환씨의 건강이 회복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우희는 그렇게 병원에서 나와 우리가 있는 아파트로 간다.
우리는 언니를 보자 반가워한다.
“몸은 어떠니?”
“언니!
내 몸이 너무 흉하지 않아요?“
이제는 눈에 뜨이게 부른 배를 안고 있는 우리다.
“흉하긴?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면 뭐해?
우리 아기도 나도 아무도 봐주고 환영을 해주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야!
지금도 경환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지?“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언니!
경환씨가 오면 내가 아기를 가진 것을 알게 되는데 그렇게 된다면 그 집에서 우리 아기를 낳게 하려고 할까요?
행여나 장애를 가진 아기가 태어날까 싶어서 지우라고 하면 어떻게 해?“
”이제는 그럴 시기도 늦었잖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무엇이든지 잘 먹어야 한다.
네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아기에게도 화가 미치는 것이니까 명심하고 마음 편안하게 가지고 있어!“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때때로는 너무 힘들어요.
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내 아기에게 좋은 엄마가 될 것이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래!
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복을 받아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우희는 지금 경환에 대한 말을 해 줄 수가 없다.
지금 경환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을 것이기에 경환이 조금이라도 건강이 회복이 되고 스스로 우리를 찾아오는 날을 기다릴 것이다.
그날까지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아기와 잘 지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일 지금 우리에게 이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면 경환이보다 더 심각한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아기가 생기는 바람에 우리의 마음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안정이 되고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희는 아기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가진다.
틀림없이 이 아기는 두 사람에게 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비로소 안도의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우희는 매일 경환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서 가져간다.
젊은 경환은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회복이 된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생명의 위험을 받던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장경환의 건강은 많이 회복이 되었다.
“선생님!
이제는 퇴원을 해도 되겠지요?“
경환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담당 의사를 보자 묻는다.
“네! 퇴원을 하셔도 됩니다.”
의사는 웃음을 띠우면서 흔쾌하게 대답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